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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빈의 어떤 행동에 켈리는 화가 났을까...'8연패 탈출' 선봉장이 된 '밉상' [유진형의 현장 1mm]

6년 차 KBO 모범 외국인 투수가 이렇게 흥분한 이유는 뭘까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6번의 피치클락 위반, 파울 타구 후 천천히 타석에 복귀하기, 혀를 내미는 과도한 세리머니

오랜만에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8연패를 끊기 위해 열심히 하려는 의지, 모두 존중한다. 하지만 그라운드 안에서 상대를 존중하는 모습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롯데 황성빈 이야기다.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황성빈은 지난 4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이후 약 2주 만에 선발출전 기회를 얻었다. 그는 오랜만에 잡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1회부터 자신의 열정을 거침없이 펼쳐 보였다. 안타와 도루, 그리고 상대 수비 허를 찌르는 주루로 득점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과도한 열정은 화를 낫는다. 이날 황성빈은 5타수 2안타 2득점 1도루로 펄펄 뛰며 롯데의 8연패 탈출에 앞장섰지만, 밉상의 이미지를 지우지 못했다. 

안타를 친 황성빈이 세리머리를 하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안타를 친 황성빈이 세리머리를 하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황성빈이 적극적인 주루로 홈을 밟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황성빈이 적극적인 주루로 홈을 밟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특히 3회초 LG 선발투수 케이시 켈리를 자극하며 양팀에서 선수들이 쏟아져 나왔다. 시즌 1호 벤치 클리어링이 터졌다. 올해로 한국프로야구 6년 차 외국인 투수 LG 켈리의 인성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그동안 성실한 외국인 선수의 대명사라 불리며 성적과 인성에서 모범을 보여온 켈리였다. 그런데 그런 그가 불같이 화를 냈고 결국 양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어나오는 벤치클리어링이 나왔다. 

켈리는 왜 이토록 화가 났을까. 벤치클리어링이 되기 전까지 황성빈의 행동을 보면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다. 1회초 황성빈은 안타를 치고 출루한 뒤 평소보다 큰 동작으로 세리머니를 했다. 8연패 중인 팀 사기를 위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행동이다. 하지만 안타를 치기 전까지 9개의 공을 보며 4번의 피치클락 위반을 했다. 올 시즌 피치 클락 규정을 시범 운영하고 위반할 경우 구두 경고 없이 약식 경고만 하기 때문에 불이익은 없다. 하지만 계속된 위반으로 상대 투수의 흐름을 끊는 모습은 매너가 아니다.

그리도 3회 두 번째 타석 때 또다시 상대를 자극하는 행동이 나왔다.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켈리의 커터가 발아래도 떨어졌다. 볼이었다. 이때 황성빈은 무릎을 굽히고 뒤로 빠지다가 종종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 상대를 조롱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는 행동이었다. 굳이 이렇게 오해의 소지가 있는 행동은 할 필요가 없었다.

황성빈이 파울 타구 후 천천히 타석에 걸어가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황성빈이 파울 타구 후 천천히 타석에 걸어가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허도환이 벤치클리어링에서 흥분하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허도환이 벤치클리어링에서 흥분하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그리고 3루 방면 파울 타구를 친 1루로 전력 질주했던 황성빈의 타석 복귀 시간이 너무 길었다. 1루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졌고 켈리는 허리에 손을 올리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숨이 차서 늦게 복귀했다면 타석에 들어선 뒤 사과의 제스처라도 했으면 어땠을까 싶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2번의 피치클락 위반을 한 뒤 7구 승부 끝에 우전안타로 출루한 황성빈은 1루 견제 송구 실책 때 2루를 밟았다. 그리고 혀를 내미는 세리머니를 했다. 오해의 소지가 충분했던 황성빈의 계속된 행동에 결국 켈리는 3회초가 끝난 뒤 황성빈을 향해 큰 소리로 화를 냈고 황성빈도 맞섰다. 그러자 양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벤치클리어링이 나왔다.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나자 황성빈이 동료들의 보호를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나자 황성빈이 동료들의 보호를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LG 베테랑 포수 허도환은 마치 자기 일인 듯 분노를 참지 못했고 여러 선수가 뜯어말릴 정도로 험악한 분위기가 나왔다. 다행히 양팀 주장이 오해를 풀며 물리적 충돌 없이 벤치클리어링은 마무리됐다.

8연패를 끊어야 하며 오랜만에 선발 기회를 잡은 황성빈의 절실한 마음은 이해한다. 그리고 프로는 결과로 말해야 한다. 상대를 자극할 수도 있고, 심리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뭐든지 도가 지나치면 안 된다.

하지만 이날 롯데는 황성빈의 활약으로 팽팽하던 흐름을 가져갔고 켈리를 흔들었다. 그리고 LG 추격의 의지를 꺾으며 기나긴 8연패에 탈출했다.

[롯데 황성빈과 LG 켈리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롯데 자이언츠]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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