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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 ABS 판정 조작+은폐…염경엽 감독의 소신발언 "기계 자체는 심판진보다 낫다, 문제는 사람의 미스" [MD잠실]

2024년 4월 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전 LG 염경엽 감독이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마이데일리

왼쪽부터 추평호, 문승훈, 이민호 심판, 박진만 감독./삼성 라이온즈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ABS 자체는 심판진보다 낫다"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은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1차전 '엘롯라시코' 라이벌 매치에 앞서 지난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일어난 'ABS 판정 조작 및 은폐' 사건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지난 14일 KBO리그를 발칵 뒤집을 만한 큰 사건이 벌어졌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삼성의 맞대결에서 심판들이 ABS 판정을 조작, 자신들의 잘못을 은폐하려는 일이 발생했다. 상황은 이러했다. NC가 1-0으로 앞선 3회말 2사 1루에서 이재학이 이재현(삼성)을 상대로 2구째를 뿌렸다. 중계방송에 표기된 ABS 추적에는 분명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한 공이었는데, 문승훈 주심이 이를 '볼'로 판정했다.

KBO는 전세계 최초 ABS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양 측 더그아웃에서도 볼 판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태블릿 PC'를 제공했는데, 아직까지는 투구가 표기될 때까지의 '딜레이'가 큰 상황. 강인권 감독은 이재학이 5구째 스트라이크를 던진 후에야 2구째 볼이 스트라이크였다는 것을 확인해 문승훈 주심에게 항의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승훈 주심을 비롯해 이민호 1루심이자 심판 조장, 추평호 심판이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언행을 내뱉었다.

문승훈 심판./마이데일리

이민호 심판./마이데일리

강인권 감독의 항의로 인해 문승훈-이민호-추평호 심판이 모여들었는데, 이민호 심판이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들으세요. 아셨죠? 이거는, 우리가 빠져나갈 궁리는 그거 밖에 없는 거야. 음성은 볼이야"라고 말했다. 이에 무승훈 주심이 "치지직 거리고 볼 같았다"라고 말하자, 이민호 심판은 "같았다가 아니라, 음성은 볼이라고 나왔다고. 그렇게 하셔라. 우리가 안 깨지려면 일단 그렇게 하시라고"라는 매우 충격적인 이야기를 쏟아냈다. 이는 중계방송에 고스란히 잡혔다.

이로 인해 강인권 감독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번복되지 않았다. 그 결과 NC 선발 이재학은 이재현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흔들리게 됐고, 해당 이닝에만 3실점을 기록했다. 이후 4회초 공격에서 곧바로 한 점을 쫓았지만, 4회말 다시 3점을 내주는 등 5-12로 NC가 무릎을 꿇는 결과가 만들어졌다. 심판진들의 ABS 판정 조작 및 은폐로 인해 NC가 NC가 피해를 본 뒤 경기까지 내주게 되면서 논란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에 KBO는 지난 15일 "허구연 총재 주재로 긴급 회의를 진행하고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NC-삼성 경기의 심판 팀장 이민호 심판위원, 주심 문승훈 심판위원, 3루심 추평호 심판위원에 대해 금일 부로 직무 배제하고 절차에 따라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며 "KBO는 사안이 매우 엄중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엄정하게 징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징계위원회가 아닌 인사위원회에 이들을 회부한 것은 KBO 입장에서도 결코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

이어 KBO는 "이날 허구연 총재 주재로 ABS 긴급 점검 회의를 개최했으며, 주심 혹은 3루심이 스트라이크/볼 판정 수신에 혼선이 발생했을 경우, ABS 현장 요원이 적극적으로 개입 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양 팀 덕아웃에서도 주심, 3루심과 동일한 시점에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음성 수신기 장비를 배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2024년 4월 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KT-LG의 경기. LG 염경엽 감독이 경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마이데일리

현재 KBO리그를 들끓게 만드는 이슈인 만큼 염경엽 감독도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일단 염경엽 감독에 따르면 시범경기 때까지만 하더라도 태블릿 PC에 공이 찍힐 때까지는 투수가 2구 정도를 던져야 했는데, 지금은 1구 정도로 딜레이가 줄어든 상황. 하지만 번복이 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즉각 어필을 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 14일 경기의 경우 강인권 감독이 태블릿 PC를 통해 오류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항의가 나왔음에도 판정에 번복은 없었고, 이를 조작 은폐했던 것이 큰 문제로 번졌다.

이러한 ABS 데이터 조작과 은폐는 아니더라도 이러한 사태가 나올 것이라는 것을 예쌍했던 염경엽 감독. 그는 "미디어데이에서 허구연 총재가 있을 때 회의에서 당시 우리가 '데이터가 너무 늦게 나온다'는 건의를 했었다. 실무자들과 미팅을 했는데…"라며 "결국 이런 상황이 나올 것이라는 걸 예상했다"고 밝혔다. 이어 "KBO 측에서는 (판정이) 번복 된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리고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데이터가 뜰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더라. 시범경기 때보다는 조금 빨라졌다. 그래도 다음구 정도는 던져야 데이터가 뜬다"고 말했다.

일단 더그아웃에도 수신기가 주어진다면, 현재 ABS 시스템에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것이 염경엽 감독의 생각이다. 사령탑은 "14일 경기는 ABS 문제가 아니지 않나. 결국 심판들의 판단 문제였다. 심판들이 그대로 이야기를 했다면 상관이 없는데, 다르게 해석을 하려다가 문제가 커졌다. ABS 자체는 형평성과 공정함에서 심판진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1년 만에 시스템이 완벽해지는 것은 쉽지 않다. 지금은 과도기라고 봐야 한다"며 "기계가 미스가 났을 때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만 채워진다면, 더 좋은 시스템이 될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잠실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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