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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버지에 그 아들, 허웅의 못 말리는 승부욕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프로-아마농구 최강전 첫날 주인공은 단연 연세대 허웅이었다. 얼굴은 아버지 전주 KCC 허재 감독이 아닌 배우 천정명을 닮았지만, 플레이 스타일, 마인드는 아버지를 쏙 빼닮았다. 허웅은 28일 KGC인삼공사와의 1회전서 35분 24초간 22점 3리바운드 4어시스트 2스틸을 기록한 뒤 5반칙 퇴장했다. 연세대는 서울 SK에 패배했지만, 허웅의 활약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에 충분했다.

허웅은 186cm에 75kg의 체격이다. 용산고를 졸업한 뒤 올해 연세대에 입학했다. 김기윤을 도와 슈팅가드를 맡으며 두각을 드러냈다. 올 시즌 대학리그서는 22경기서 10.5점 2.2리바운드 1.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안정적인 경기운영능력에 슈팅능력과 드리블, 돌파능력을 두루 갖췄다. SK 형님들을 상대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과감한 플레이를 펼쳤다. 승부욕도 대단했다. 볼을 끝까지 쫓아가는 근성, 루즈볼에 몸을 내던지는 자세 등 팀을 위한 마인드가 돋보였다.

연세대 정재근 감독은 “시야도 넓어졌고, 여유가 생겼다. 1학년인데 동료를 끌고 간다. 아버지 피는 못 속이는 것 같다”라고 했다. SK 문경은 감독도 “저학년인데 다른 선수들을 이끌어가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평가했다. 중앙대 시절부터 남다른 카리스마와 기량으로 상대 수비수들을 압도한 허 감독의 아우라가 아들에게도 보인다는 것이다.

허웅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 아버지 허 감독이다. 따지고 보면 그가 ‘허재의 아들’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남들보다 두 배의 스트레스다. 물론 불세출의 슈퍼스타이자 농구대통령이었던 허 감독의 아우라를 넘어서기엔 아직 부족한 건 사실이다. 중학교 때부터 농구를 시작한 터라 구력이 길지 않다. 파울관리 미숙으로 5반칙 퇴장당한 건 옥에 티였다. 하지만, 그 나이에 그 정도 기량과 잠재력은 대학 최고라는 평가다.

허웅은 “아버지가 가끔씩 농구를 가르쳐준다. 게임을 본 뒤 뭐가 부족한지 알려주신다. 항상 자신 있게 하라고 한다”라면서도 “아버지와 비교하는 건 항상 부담스럽다. 그래도 이겨내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김선형 형과 붙어보지 못했다. 연습 경기 때 한번 붙어봤는데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다”라고 승부욕을 드러냈다.

만족이 없었다. 그는 “원하는 플레이가 안 나왔다. 우리가 연습한 게 다 안 나와서 아쉬웠다. 슛 확률이 떨어졌다. 급하게 하면서 실수를 많이 했다”라면서도 “처음엔 긴장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길 수 있다는 욕심이 생겼다”라고 은근슬쩍 의욕을 드러냈다. 이어 “이번 대회가 있어서 좋다. 아마농구가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라는 성숙한 발언을 내놓았다.

허웅은 허재의 아들이란 수식어를 평생 달고 살아야 한다. 그래도 구김없고 당당했다. 부담이 있지만, 이겨내려고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기량도, 승부욕도 아버지를 쏙 빼 닮은 허웅이 성장해야 스포트라이트에 목 마른 한국농구도 먹고 살 수 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 농구계는 프로-아마 최강전서 다시 한번 귀중한 농구 유망주의 존재를 확인했다.

[돌파를 하는 허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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