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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했지만, 이렇게 잘 컸어요"…'ML 1671개+KBO 329안타' 고향에서 탄생한 추신수의 위대한 업적 [MD부산]

2024년 4월 2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SSG-롯데의 경기. SSG 추신수가 2회초 1사 1,2루에서 적시타를 때리고 있다./마이데일리
2024년 4월 2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SSG-롯데의 경기. SSG 추신수가 2회초 1사 1,2루에서 적시타를 때리고 있다./마이데일리
한미 통산 2000안타의 고지를 밟은 추신수./SSG 랜더스
한미 통산 2000안타의 고지를 밟은 추신수./SSG 랜더스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이렇게 잘 컸어요'라는 메시지를 준 것 같았어요"

SSG 랜더스 추신수는 지난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3차전 원정 맞대결에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2타점 1볼넷을 기록하며, 한·미 통산 2000안타의 금자탑을 쌓았다.

추신수는 부산고를 졸업한 뒤 지난 2001년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통해 시애틀 매리너스와 손을 잡으며,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메이저리거'라는 목표를 안고 태평양을 건넌 추신수는 오랜 마이너리그 생활을 묵묵히 견뎌낸 결과 2005년 처음 빅리그 무대를 밟은 기쁨을 맛봤다. 4월 22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맞대결에서 대타로 출전해 1타수 무안타, 5월 3일 LA 에인절스와 맞대결에서도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던 추신수는 4일 다시 한번 에인절스를 상대로 기회를 가졌고, 드디어 고대하던 첫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 안타는 2005년 추신수가 시애틀에서 친 첫 안타이자 마지막 안타였다.

추신수는 2006년에도 시애틀에서 시즌을 시작했는데, 트레이드를 통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現 가디언스)의 유니폼을 입게 되면서, 본격 승승장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추신수는 이적 첫 시즌 클리블랜드에서만 45경기에 출전해 43안타 3홈런 22타점 타율 0.295 OPS 0.846으로 훌륭한 성적을 남겼고, 2008년 94경기에서 98안타 14홈런 66타점 타율 0.309 OPS 0.946으로 폭주한 끝에 외야의 한 자리를 꿰차는데 성공했다. 추신수는 이듬해부터 클리블랜드에서는 없어선 안 될 선수로 거듭났고, 2013시즌까지 주전 외야수로 활약했다.

클리블랜드와 동행에 마침표를 찍은 추신수는 신시내티 레즈로 이적하게 됐고, 154경기에 출전해 빅리그 커리어 세 번째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하는 등 펄펄 날아오른 끝에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손에 넣었고,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1억 3000만 달러(약 1790억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품에 안았다. 그리고 텍사스에서만 7시즌을 뛴 후 2021시즌에 앞서 전격 KBO리그 복귀를 선택했다. 당시 메이저리그는 코로나19로 FA 시장 상황이 썩 좋지 않았는데, 이로 인해 추신수는 KBO리그로 복귀하는 선택지를 가져갔다. 그야말로 야구계를 흔들어 놓는 결정이었다.

시애틀 매리너스 시절의 추신수./게티이미지코리아
시애틀 매리너스 시절의 추신수./게티이미지코리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의 추신수./게티이미지코리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의 추신수./게티이미지코리아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의 추신수./게티이미지코리아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의 추신수./게티이미지코리아

처음 KBO리그 무대를 밟은 추신수는 이적 첫 시즌 137경기에서 122안타 21홈런 25도루 타율 0.265 OPS 0.860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이후에는 부상 등으로 인해 메이저리그 시절만큼의 임팩트를 선보이지는 못했지만, 매년 SSG와 1년 계약을 통해 선수 생활을 연장해 나갔는데, 지난 시즌이 끝난 뒤 2024시즌을 끝으로 현역 유니폼을 벗기로 결정했다. 이런 추신수가 남겨둔 가장 의미 있는 기록이 있다면, 바로 한·미 통산 2000안타였다. 지난해까지 총 1996개의 안타를 쳐냈던 만큼 단 4개의 안타만 남겨두고 있었다.

올해도 부상 등으로 인해 시즌 초반 공백기를 가졌던 추신수는 지난 13일 KT 위즈전에서 멀티히트, 14일 또한 두 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가는데 성공하면서 2000안타까지 단 1개의 안타만 남겨두게 됐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지난 21일 LG 트윈스와 맞대결까지 5경기 연속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고, 본의 아니게 아홉수에 걸리게 됐다. 하지만 더 이상의 침묵은 없었다. 추신수는 지난 24일 롯데 선발 이인복을 상대로 3-2로 근소하게 앞선 2회말 1사 1, 3루에서 2구째 140km 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중견수 앞으로 향하는 안타를 터뜨렸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시절 가장 오래 몸담았던 텍사스에서 771안타를 기록, 클리블랜드에서 736안타, 신시내티에서 162안타, 시애틀에서 2안타씩을 뽑아냈다. 빅리그 16시즌 통산 1671안타. 그리고 KBO리그로 온 뒤 SSG에서 329개의 안타를 추가하면서 마침내 한·미 통산 2000안타를 완성했다. 최정의 KBO리그 역대 최다 홈런 신기록(468홈런) 작성으로 인해 큰 빛을 보지 못했지만, 이 기록은 분명 의미가 있었다. 그만큼 철저한 몸 관리를 통해 꾸준히 스탯을 쌓아왔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비록 홈구장은 아니었지만, '고향' 부산에서 기록을 만들어낸 것도 기쁨의 한 요소였다.

25일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추신수는 '부산에서 치려고 아껴둔 것은 아니죠?'라는 말에 "그래서 야구가 참 신기한 것 같다. '칠 거면 여기서 쳐라'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예전부터 야구는 누군가 조종하는 사람이 있다고 느낄 정도로 뭔가 짜여져 있는 각본같이 느껴질 때가 있었다. (최)정이가 대기록을 만들어내고, 마지막에 역전을 하는 등 짜여져 있는 스토리 같았다. 나도 이전에 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는데, 굳이 부산까지 끌고 와서 하는 것도 신기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원정 경기였지만, 2000안타를 부산에서 달성한 것은 분명 의미가 남달랐다. 추신수는 "사직구장과 사직 팬분들은 어떻게 보면 내게는 지금까지 야구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삼촌(박정태)이 야구를 하면서 매일 사직구장을 집처럼 왔다 갔다 했다. 부산 팬분들의 응원 열기를 보고 느끼면서 야구를 해왔기 때문에 죄송하면서도 '이렇게 잘 컸어요'라는 메시지를 준 것 같았다. 그래서 항상 부산은 내 마음속에 있다. 부산에서 태어나고 야구를 했기 때문에 내게는 항상 좋은 이미지"라고 미소를 지었다.

2024년 4월 2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SSG-롯데의 경기. SSG 추신수가 2회초 1사 1,2루에서 적시타를 때린 뒤 환호하고 있다./마이데일리
2024년 4월 2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SSG-롯데의 경기. SSG 추신수가 2회초 1사 1,2루에서 적시타를 때린 뒤 환호하고 있다./마이데일리
2024년 4월 2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SSG-롯데의 경기. SSG 이숭용 감독이 2회초 1사 1,2루에서 안타를 때린 추신수에게 꽃다발을 전해주며 포옹을 하고 있다./마이데일리
2024년 4월 2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SSG-롯데의 경기. SSG 이숭용 감독이 2회초 1사 1,2루에서 안타를 때린 추신수에게 꽃다발을 전해주며 포옹을 하고 있다./마이데일리

사실 추신수는 안타를 친 직후까지도 2000안타를 의식하지 못했다고. 그는 "나는 2000안타를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여러 축하 연락이 많이 왔지만, 축하를 받기가 쑥스러웠다. 한곳에서 한 것도 아니었다. 사실 미국에서는 의식을 했었다. 그런데 한국에 오면서 이런 기록들을 모두 내려놓고 왔는데, 구단에서 말을 해줬기 때문에 인지하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부담은 없었다. 오히려 안타를 치고 나서 L 세리머니를 하고 싶었다. 그동안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았기 때문이다. 선수들에게 '배트에 공이 맞으면 느낌이 어떠냐?'고 묻기도 했다. 그래서 야구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끝까지 계속 하고 싶은 것을 비롯해 이런저런 생각이 들더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쳤던 수많은 안타 중 어떤 것이 가장 기억에 남을까. 그는 단연 메이저리그 데뷔 첫 안타를 꼽았다. 추신수는 "아무래도 메이저리그 첫 안타가 아닐까 생각한다. 당시 잘 맞은 타구도 아니었고, 빗맞은 타구였다. 그래서 배트가 부러지고, 바가지 안타를 친 기억이 있다"고 당시의 추억을 떠올렸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만큼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야구선수' 추신수의 시간도 줄어들고 있다. 추신수는 "아직은 시즌 초반이라서 못 느끼고 있다. 마음이야 평생 야구를 하고 싶다. 이 운동장에서 쓰러져서 가고 싶을 정도"라며 "사실 코로나19만 아니었으면 한국에 오지 않고, 미국에서 은퇴를 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 야구를 배웠지만, KBO리그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지 않나. 한국으로 오면서 랜더스 동생들을 알게 되고 정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해야 될 것들이 있더라,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24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시즌 타율이 0.143, 25일 경기에서 안타를 생산하지 못하면서 성적은 0.125로 더욱 떨어졌다. 그러나 이를 이겨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그는 "마이너리그에서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좋지 않은 것도 이겨낼 수 있는 것 같다. 사실 미국에서는 32~3타수 1~2안타를 쳤을 때도 있었다. 2015년에는 5월 첫주까지 1할도 안되는 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만약 그런 시간이 없었다면 더 힘들고, 포기했을 수도 있다"며 최근 부진의 원인에 대해 "아무래도 예전 같지 않다. 몸이 예전처럼 건강하지는 않다. 경기장에서는 투수와 싸워야 하는데, 어느 순간 부상과 싸우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감독님이 관리를 잘 해주신다"며 부활을 다짐했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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