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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인의 반걸음 육아7]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출산 후기

[교사 김혜인] 임신 막달이 다가올수록 가장 부러운 사람은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하는 여자였다. 그런 사람을 보며 생각했다. ‘저 사람은 출산이 끝났구나. 그 고통이 끝났구나.’

나는 자궁에 꽤 큰 근종이 있다. 임신 사실을 확인한 후 의사에게 가장 먼저 물은 것은 자연분만을 할 수 있느냐였다. 다정한 의사는 지긋이 웃으며 “자연분만 욕심도 있으세요? 좀 더 두고 봐야 알죠”라고 했다. 내가 자연분만을 원해서 물은 것은 아니었다. 제왕절개도 자연분만만큼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임신 30주에 제왕절개를 하기로 했다. 그러다가 35주에 자연분만을 하기로 했다.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은 출산 후기는 또 왜 그렇게 읽었는지……. 제왕절개와 자연분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예정일이 점차 다가왔다.

예정일 5일 전, 태동 검사를 했다. 태동 정도가 그래프로 기록되고 있었다. 20분 정도 걸리는 검사인데 중간에 간호사가 들어왔다. 아이가 잠들어서 깨워야 한다며 배에 진동을 주고 갔다.

검사가 끝난 뒤 진료실에 앉자, 의사가 바로 물었다. “진통 못 느끼셨어요?” 내가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한 듯 있자 의사가 꽤 규칙적이고 높은 주기의 그래프를 보여주며 다시 말했다. “지금 진통이 있잖아요. 낼모레 출산 준비해서 오세요.”

유도분만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당황했다. “예정일도 안 됐고 진통도 없는데 출산이요?” 의사가 다그쳤다. “지금 진통이 있는 거라니까요!” 아픈 것을 너무 무서워하는 것에 비해 나는 통증에 둔감했다.

이틀 뒤, 긴장되는 마음으로 남편과 함께 출산실로 들어갔다. 촉진제를 맞고 조금 지나자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통증이 시작되었다. 내가 읽은 출산 후기 중에는 유도분만을 하다가 진통만 잔뜩 겪고 결국 제왕절개를 했다거나 무통 주사의 효과가 없었다는 사연도 많았다.

그러나 나는 통증에 둔감할 뿐만 아니라 소위 무통발도 잘 받았다. 자궁문이 웬만큼 열려서 무통 주사를 맞자 거짓말처럼 모든 통증과 불편함이 사라졌다. 대개 무통 주사를 맞아도 꽤 아프다던데 나는 거의 감각이 없었다.

통증이 사라지니 자궁문이 완전히 열리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뭘 해야 할지 몰라 남편과 멀뚱멀뚱 있는데 간호사가 들어왔다. 아이가 잠들어서 깨워야 한다며 배에 진동을 주었다. 며칠 전 태동 검사 때도 자고 있더니 유도분만 중에도 잠드는구나. 아이의 태평함에 웃음이 났다.

출산의 순간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무통 주사로 감각이 아주 무뎌져 있었고 덕분에 큰 고통 없이 출산했지만 그래서 실감이 나지 않았다. 다만 예상과는 다르게 아기 울음소리가 바로 들리지 않았다. 의료진이 재빠르게 아기에게 어떤 조치를 했고 나는 그걸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아이가 괜찮은 거냐는 나의 물음에 간호사는 “괜찮아요. 조금 힘들어하는 아기들도 있어요”라고 믿음직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윽고 조금 힘없이 소리 내다가 커지는 울음소리를 들었다. 의사가 아이의 태명을 불러보라고 했다. 그 순간 눈물이 터져 나와서 제대로 부를 수가 없었다.

나는 뱃속 아이가 태평하다고 생각했는데 힘들었던 모양이다. 세상에 나오는 게 너무 힘이 들어서 그만 잠이 들었나 보다. 어쩌면 나 역시 그랬겠다. 진통도 모를 정도로 임신 막달에는 누워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무통발은 잘 받았지만 중간에 열이 많이 올라서 한동안 덜덜 떨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수시로 자던 아기는 이제 제법 커서 잠을 안 자려고 버티기도 한다. 피곤한 나는 아이가 이제 좀 잤으면 하는데, 아이는 내 손을 이끌며 더 놀려고 한다. 숨바꼭질하려고 저리 가서 숨은 채 히히 웃는다.

네 단잠을 깨워서 너를 세상에 나오게 했지. 힘들게 나와서 네가 맞이한 세상이 다시 잠들고 싶은 곳이 아니어서 참 다행이다. 이렇게 함께 웃고 싶어서 나는, 너는, 힘들게 낳았다, 나왔다.

|김혜인. 중견 교사이자 초보 엄마. 느린 아이와 느긋하게 살기로 했습니다.

교사 김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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