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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우 변호사의 호크아이12] 교특법 12대 중대과실, 그 첫 번째 이야기

[교통사고형사전문 이길우 변호사] 교통사고는 음주, 무면허, 뺑소니 등 소위 3대 범죄를 제외하고 그 형사처벌에 있어 성범죄, 폭행, 마약 등 다른 범죄와는 차이가 있다.

바로 실형을 살더라도 징역이 아닌 금고형을 선고받는다. 금고는 징역과 달리, 실제 구금이 되더라도 노역을 제공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 징역형처럼 구치소 또는 교도소에서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교통사고를 다른 범죄와 달리 취급하는 이유는 교통사고는 고의가 아닌 과실로 인하여 일어나기 때문이다. 사람이 다쳤다고 하여 교통사고를 일으킨 모든 사람이 처벌을 받지 않는다. 동시에 이러한 특성상 처벌해야 하는 경우 또한 명확히 하고 있다.

이 부분을 규정하고 있는 법이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이다.

먼저 교특법에서 가장 중요한 조항은 ‘보험 등에 가입한 경우의 특례’를 다룬 제4조다. 제4조에 따르면, 설사 교통사고를 일으켰다 하더라도 보험 등에 가입한 운전자에게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는 자동차를 소유·운전할 때 보험에 가입한다.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책임보험과 가입이 강제되지는 않지만 거의 모든 사람이 가입하는 종합보험으로 나뉜다.

교특법 제4조에서 말하는 보험은 종합보험을 말한다. 따라서 종합보험에 가입을 하면 교통사고를 일으켜도 공소가 제기되지 않아 형사처벌을 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조항에는 예외가 있는데 일단 교통사고 피해자가 사망 또는 중상해를 입은 경우 운전자가 설사 종합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처벌받는다.

교특법 제3조는 추가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이게 그 유명한 교통사고 처리에 대한 ’열 두 가지 중대한 과실’이다. 이에 해당하면 종합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처벌 대상이다.

각 조항을 기계적으로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신호 또는 지시위반

2. 중앙선침범

3. 제한속도 20km 초과

4. 앞지르기 및 끼어들기 금지 위반

5. 철길건널목 통과 방법 위반

6. 횡단보도 사고

7. 무면허 운전

8. 음주운전

9. 보행자 도로 침범

10. 문 열고 운전하다가 승객이 떨어져 다친 경우

11.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

12. 운전 중 화물이 떨어져 사람이 다친 경우

이번부터 수차례에 걸쳐 이 교특법에서 처벌하는 경우를 실제 사례를 통하여 다루어 보겠다. 이 중 제1호인 신호 또는 지시위반 사례부터 말씀을 드리겠다.

마침 칼럼을 쓰는 시점에서 1주 전, 본 변호사가 직접 피고인을 변론한 국민참여재판이 있었다. 국민참여재판이란 다른 재판과 달리 일반 국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재판을 말한다.

본 재판에서 쟁점이 된 사건은 이렇다.

늦은 자정 무렵 인적은 물론 자동차도 거의 다니지 않는 지방도로, 적색점멸등과 황색점멸등이 깜박이는 교차로에서 A씨는 적색점멸등을 바라보며 서행으로 교차로를 지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A씨 차 왼쪽에서 B씨 차가 시속 114km로 달려와 A씨 차를 그대로 충격하였다. B씨쪽이 바라보는 신호등은 황색점멸등이었다.

이 사고로 B씨는 중상을 입고 치료를 받다가 며칠 후 사망을 하였다. 사고 당시 B씨 차는 A씨 차 앞쪽 본네트를 충격하였기에, A씨는 중상을 입었지만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사고의 원인에 대하여 검찰은 A씨가 적색점멸등에서 일시정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A씨를 기소했고 구속형을 구형했다.

이 칼럼을 읽고 계시는 독자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하다.

거의 차량의 이동이 없는 자정 무렵, 지방도로 교차로를 지날 때 적색점멸에서 일시정지를 하지 않은 A씨와 제한속도 60km 도로에서 시속 114km로 달려온 B씨.

교통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점은 너무나도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하여 이 교통사고의 원인을 A씨에게 물을 수 있을까?

본 변호사는 검사의 기소에 대하여 심각한 의문을 품었고, 결국 건전한 일반인의 법상식을 통해 판단을 받아보고자 국민참여재판을 요청하였다.

변론 당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변론이 이루어졌고, 변론이 종결되고 약 2시간 후 배심원들은 피고인 A씨에게 전원일치 무죄 의견을 내려주었다. 재판부는 배심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국민참여재판을 준비하기 위하여 사건 현장을 두 번 방문했던 본 변호사는, 과연 나라면 당시 적색점멸에서 일시정지를 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보았다. 솔직한 내 대답은 ‘그렇지 않다’였다. 다행히 무죄 선고를 받아 A씨는 구속 위험에서 벗어났지만, A씨 본인도 적색점멸 신호 지시를 가볍게 생각했던 점에 대하여 자책하곤 했다.

교통 신호 또는 지시에 대하여 대다수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교통사고는 순식간에 불현듯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그것이 만일 교특법 12대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면 법 규정상 처벌 대상이 된다. 이 점을 우리 모두 꼭 잊지 않았으면 한다.

이어지는 칼럼에서도 12대 중대 과실 사고 사례를 이어가도록 하겠다.

|이길우 법무법인 엘케이에스 대표변호사. 공대 출신,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하기도 했지만 뜻한 바 있어 사법시험을 2년 반 만에 합격하고 13년째 교통사고 형사전문으로 활동 중이다.

이길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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