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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인터뷰③]‘럭키’ 임승용 대표 “내가 재미있어야 관객도 재미있다”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임승용 대표는 ‘주말의 명화’ 마니아였다. 시네마 키드로 자란 그는 연세대 국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석사학위 논문은 ‘소설의 시나리오 각색 연구-오발탄을 중심으로’였다. 당시부터 각색에 일가견을 드러냈다.

“집에서 쉬고 있을 때 후배가 일본만화 ‘올드보이’를 추천하더라고요. 만화방에서 읽은 순간부터 일본으로 건너가 판권을 획득하기까지 2주일이 안 걸렸어요. 속전속결이었죠.”

‘올드보이’ 원작만화는 일본인에게 큰 인기를 끈 작품이 아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원작만화를 각색했다는 것을 모르는 일본인들이 대부분이다. 임승용 대표는 박찬욱 감독과 함께 총 8권 가운데 앞부분 3권의 내용만 영화에 반영했다. 프로듀서로 일할 당시엔 너무 힘들어서 ‘내가 왜 시작했지’라며 후회했다고 털어놨다. 지금의 자신의 대표작이 됐다. 전세계 영화인들에게 ‘올드보이’는 경외의 대상이다.

‘휴머니스트’로 데뷔한 그는 ‘올드보이’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야수와 미녀’ ‘언니가 간다’ ‘홍길동의 후예’ ‘방자전’ ‘커플즈’ ‘표적’ ‘주먹이 운다’ ‘쏜다’ ‘아부의 왕’ ‘뷰티 안사이드’ ‘아가씨’ ‘코마’(OCN)를 기획하거나 제작했다. ‘럭키’는 그의 16번째 작품이다.

필모그라피의 대부분은 영화, 만화 등 원소스를 재가공한 것이다. 그는 읽고, 보고, 듣는 것 중에 ‘재미있겠다’ 싶은 것을 지인들에게 들려준다. 반응이 좋으면 곧바로 착수에 돌입한다.

“원작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끝까지 유지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죠. ‘올드보이’처럼 완전히 새롭게 할 때도 있고, ‘표적’처럼 원작영화 ‘포인트 블랭크’의 장점을 살릴 때도 있고요. ‘아가씨’처럼 시대배경을 1930년대로 옮겨오기도 합니다. 그런 과정이 무척 힘들지만, 한편으론 재미도 있고 보람도 느껴요.”

부모님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미국에 머무를 때가 종종 있었다. 할 일이 없어 집안 도서관 등지에서 비디오를 빌려봤다. 알랑 드롱이 나오는 프랑스 영화, 구라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를 좋아했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은 30번 넘게 봤다. 한 편을 집중적으로 보며 연구하는 스타일이다.

‘야수와 미녀’가 끝난 후에 슬럼프가 찾아왔다. 추진하던 프로젝트가 번번이 엎어졌다. 자신이 선택한 작품이 대중과 소통하지 못하자 괴로움에 빠졌다. 대중과 크리에이터를 연결하는 일이 힘들게 느껴졌다.

“전설적 투수 톰 글래빈이 ‘야구를 향한 나의 열정은 스피드건에 찍히지 않는다’고 했죠. 힘들었을 때에서 늘 새로운 작품을 찾기 위해 노력했어요. 흥행 지표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끝없이 배우고 노력하지 않으면 프로듀서로 살아남을 수 없어요.”

그의 다음 프로젝트는 최민식 주연의 ‘침묵’이다. 최근 촬영에 돌입했다. 이 영화 역시 홍콩영화를 리메이크하는 작품이다. 이어 이해영 감독의 ‘독전’, 백감독의 거대한 스케일의 액션영화 ‘413’, 대구 지하철 참사를 다루는 ‘힘을 내요 미쎄쓰리’, ‘뷰티 인사이드’의 중국버전 등을 제작할 예정이다.

“우스개소리로, 용필름의 모토는 이것저것 만드는 거예요(웃음). ‘럭키’처럼 제가 재미있어야 대중이 재미있어 하거든요. 다음에도 재미있는 작품으로 찾아 뵐게요.”

[사진=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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