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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우진 160km보다 무서운 10cm…KBO판 랜디 존슨 꿈꾼다[MD고척]

[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체이스필드에 가서 역대 개막전 라인업을 봤는데, 거의 랜디 존슨이었다.”

키움 선수들은 2월 스코츠데일 스프링캠프 휴식일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홈 구장 체이스필드를 방문했다. 에이스 안우진의 눈에 들어온 건 존슨이었다. 메이저리그의 레전드 투수 존슨은, 애리조나의 상징과도 같은 슈퍼에이스였다. 통산 618경기서 303승166패 평균자책점 3.29. 사이영상 5회 수상을 자랑한다.

안우진도 애리조나의 존슨처럼, 키움의 전설적인 에이스로 기억될 수 있을까. 가능성은 충분하다. 2021년 5월경부터 본격적으로 투구에 눈을 뜨며 언터쳐블급 행보를 보였다. 그리고 2022시즌 30경기서 15승8패 평균자책점 2.11로 맹활약했다. 196이닝 동안 224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며 개인별 각 부문 1위를 휩쓸었다. 골든글러브 역시 그의 몫이었다.

그런 안우진은 지난해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전광판에 160km을 찍어 화제를 모았다. 트랙맨 데이터로는 159.3km이었다. 어쨌든 안우진이 등판할 때마다 패스트볼 스피드는 큰 관심을 모은다. 올해도 시범경기서 150km 초~중반을 가볍게 찍는다. 26일 고척 LG전서도 최고 157km까지 나왔다.

그런데 안우진이 단순히 160km을 찍는 것보다 더 놀라운 변화가 있다. 안우진은 26일 등판 이후 “내가 평소에 가장 신경 쓰는 게 팔이 뒤로 빠지는 것, 그리고 투구 후 몸이 기울어지는 것이다”라고 했다. 투구밸런스 유지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다.

투구를 시작할 때 팔이 지나치게 뒤로 빠지면, 팔 스윙이 옆으로 벌어지면서 제구가 흔들리는 경우가 있다. 또한, 그동안 투구 후 얼굴이 옆으로 기울어지고 몸이 1루 방향으로 엎어지는 듯할 때도 있었다. 사실 대부분 투수가 이런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도 안우진은 스피드 이상으로 건강한 몸으로 좋은 커맨드를 유지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는 편이다.

이걸 신경 쓰면서 던졌더니, 한 가지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수직무브먼트가 10cm가량 높아졌다는 점이다. 수직무브먼트가 높으면, 그만큼 타자의 방망이에 걸릴 확률이 낮아진다. 방망이는 필연적으로 옆으로 가상의 선을 그린다. 공이 위, 아래로 길게 움직이면 안 맞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 자연스럽게 변화구 위력도 극대화된다.

안우진은 “마산에서(20일 경기) 타깃을 잘 잡고 던지려고 하는데 당황스러웠다. 나는 낮게 보고 던졌는데 계속 공이 조금 높게 들어갔다. 알고 보니 수직무브먼트가 10cm 정도 올라왔다. 내가 원하는 타깃보다 1~2cm 정도 낮게 봐도 좋겠다 싶었다”라고 했다.

안우진은 팔이 뒤에서 나오지 않고, 옆구리에 붙여서 스윙하면 그만큼 릴리스포인트가 위로 올라온다는 원리를 설명했다. 따로 노력하지 않았는데 수직무브먼트가 올라왔다는 것. 그는 “직구도 살아나면서 변화구까지 좋아진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높은 직구를 활용해도 될 것 같다”라고 했다. 타깃을 낮게 설정하지 않고 원래의 느낌대로 투구하면 하이패스트볼이 돼 타자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안우진은 스트라이크 존 구석을 공략할 줄 아는 투수로 성장한 상태다. 하이패스트볼까지 제대로 쓰면 구위가 배가 될 수 있다.

이러니 단순히 안우진의 공 스피드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몸 관리만 잘 하면, 올해 또 한번 엄청난 시즌이 기대된다. 안우진은 “점점 편안하게 던지는 느낌을 받고 있다. 투구영상을 비교해봐도 작년에 비해 힘을 덜 쓰면서 더 강한 공을 던진다. 점점 좋아지는 것 같다”라고 했다.

안우진은 시범경기 3경기서 2승 평균자책점 0.75를 기록했다. 어쩌면 KBO판 랜디 존슨의 신화는 내달 1일 한화와의 개막전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 안우진과 존슨은 스타일은 다르지만, 안우진이 존슨처럼 레전드 투수가 될 자격이 충분한 건 확실하다.

[안우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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