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검색닫기

[마데라] 에어서울, 저렴한 서비스는 유감

[마이데일리 = 이지혜 기자] “LCC 좌석에 모니터 있는 것 처음 봐.”

옆자리 승객이 지난 22일 에어서울 다카마쓰-인천 비행기 좌석에 착석하자마자 내뱉은 첫마디였다. 다른 승객도 비슷한 반응으로 누군가는 사진까지 찍었고, 누군가는 이미 화면을 터치하며 콘텐츠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차라리 없는 게 나을 뻔했다. 켜자마자 먹통이 된 화면 때문에 좌석 머리 위 ‘승무원 요청’을 눌렀다. 그 후 여러 명의 승무원이 면세품 판매와 식음료 판매를 위해 분주히 왔다갔다 했지만, 호출등이 켜진 자리에 와주는 이는 없었다.

한참을 두리번거린 끝에 겨우 눈을 마주치는 데 성공해 리셋을 요청했지만 그 후 더 오랜 인내가 필요했다. 오전 11시 40여분부터 먹통이었던 모니터가 리셋 화면으로 바뀐 것은 약 1시간 후인 12시 40분께였다. 다카마쓰-인천 비행시간은 총 1시 40분이고, 착륙 전까지 엔터테인먼트를 이용한 시간은 채 30분이 되지 않았다.

이것 하나로 에어서울 서비스 문제를 지적하기에는 너무 성급한 것일까? 아니다. 돈을 지불하는 유료 서비스에서도 실수가 나왔다.

기내 면세점 제품 몇 가지를 요청했는데, 또 한참을 기다린 끝에 가져온 물품에는 누락이 있었다. 즉시 승무원에게 “티켓 마그네틱도 주문했어요. 에어서울 비행기 말고요”라고 알렸다. 이렇게까지 명확하게 주문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참 후 승무원이 영수증과 함께 내민 것은 에어서울 비행기 모양 마그네틱이었다.

“비행기 말고 티켓 모양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이 말에 허겁지겁 그 물품을 들고 사라진 승무원은 또 한참이 흐른 후에야 나타났다. 약 30여분에 걸쳐 세 번의 요청 끝에 마침내 취소 영수증과 새로 결제한 영수증과 함께 티켓 마그네틱을 받을 수 있었다.

100분이라는 길다면 긴 시간이 그렇게 모니터 리셋과 면세품 구매로 증발돼버린 느낌이었다.

고물가 시대, 사람들은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대형할인마트에서 장을 보고 SPA(제조·유통 일괄)에서 옷을 사고, LCC(저비용항공사)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여기서 방점은 ‘합리적인’ 데 있다. 이마트에서는 신라면을 편의점보다 싸게 살 수 있다. 유니클로 옷은 회사·학교에 입고 가도 손색이 없을 만큼 재질이나 디자인 모두 훌륭하다.

LCC 또한 ‘풀 서비스 캐리어’라고 부르는 기존 항공사가 포괄 제공하는 좌석 지정, 수하물, 기내식, 기내 엔터테인먼트 등을 선택사항으로 돌려 항공료를 낮춘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한다. 이것은 합리적인 가격 제시이지 싸구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아무쪼록 에어서울 승무원 마음 한구석에 ‘우리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아니니까’ 이만큼 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자신을 ‘스마트 컨수머’라고 여기며 LCC를 선택한 소비자가 ‘싸니까 불친절은 감수해야 해’ 하고 실망하지 않기를 바란다.

[사진 = 이지혜 기자]

이지혜 기자 imari@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