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검색닫기

'활' 이승준, “이제는 부드러운 남자 벗고 싶어”(인터뷰)

[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배우 이승준(38)의 이름 석자를 기억하는 영화팬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연극계에서는 인지도 있는 배우로, 중년의 주부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은 ‘민들레 바람 되어’등에서 주연을 맡았던 전달력이 매우 좋은 베테랑 연기자다.

연극계에서 활약하면서 동시에 스크린으로도 진출, '핸드폰’ 등의 작품에서 명품 연기를 펼쳐 왔다.

이승준에게서 풍기는 인상은 ‘부드러운 남자’ 그 자체다. 온화한 표정과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가진 그를 영화계는 주로 의사와 변호사 같은 고학력 인텔리 역할로 한정 지었다.

그랬던 그가 최근 개봉한 영화 ‘최종병기 활’(감독 김한민)에서 맡은 역할은 다소 파격적이다. 바로 조선의 신궁 남이(박해일 분)에게 복수하기 위해 지독한 추격전을 벌이는 명나라의 명장 쥬신타(류승룡 분)의 최측근 완한이 그것.

극중 청나라 정예부대 니루의 주역인 완한은 마지막까지 살아남지만 남이에게 불의의 일격을 맞고 숨지고 만다. 그의 죽음은 쥬신타에게 극한의 분노와 복수심을 갖게 한다.

이런 강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역할을 맡은 것에 대해 이승준은 ‘기회’라고 표현했다.

“영화 촬영 자체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촬영 전부터 승마 연습과 활쏘는 연습은 시작이었죠. 산을 뛰고 또 뛰어야 했죠. 조연이라도 카메라에 언제나 잡히기 때문에 건성건성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이런 역할이 들어온 것은 기회였죠”

다소 도시적이고 유순한 이미지의 역할을 주로 해 온 그에게 완한 역할은 이질적인 존재였다. 이승준에게 완한은 ‘핸드폰’에서 호흡을 맞춘 김한민 감독의 배려로 탄생한 인물.

“김감독님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이)승준씨 이제 역할 좀 다른 것 해봐야 하지 않겠어요?’라고 말이죠. 대본을 읽는 순간 저에게 이런 기회가 올 줄은 몰랐습니다. 그렇기에 더 빠져서 열심히 할 수 있었죠. 배우 인생에 새로운 전기라 생각했습니다”

극 중 완한은 변발을 했지만 독특하게 앞머리는 길러서 다소 우스꽝스러울 수도 있다. 실제로 이날 만난 이승준은 앞머리와 뒷 머리는 일반인의 그것이지만, 나머지는 짧아서 어색함이 가득했다.

“이 머리는 제가 하자고 한 머리에요. 모두 변발을 해야 했지만 포인트를 줘야 했거든요. 고증상에는 없는 머리긴 한데 재미있을 것 같아서 제안했고 자르고 나니 ‘좋다’고들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요즘 더운 날씨에 모자를 쓰고 다니느라 죽을 맛입니다”(웃음)

연극배우로 1996년 데뷔해 활동 중 2002년 스크린에 도전한 이승준은 아직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고 한다.

“배우는 계속 뭔 갈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제 이미지가 워낙 반듯한 편이라 그럴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어요. 이번 영화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으니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배우로도 이제 시작이라 생각하기에 더 열심히 작품에 전념할 겁니다”

영화 ‘최종병기 활’은 주연배우 박해일, 류승룡은 물론, 모든 출연진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 연기를 기울인 탓에 올해 여름 개봉한 4대 한국형 블록버스터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중심에서 안정된 연기를 펼친 이승준 또한 주연 못지 않은 위력을 발휘 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인터뷰 말미에서 “배우 뿐만 아니라 모든 스태프가 똑 같이 고생한 영화다. 고생한 만큼의 보답이 모두에게 꼭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밝게 웃던 이승준의 말 처럼 ‘최종병기 활’은 17일 현재 2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