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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하고도 웃지 못한 두 남자 '이승엽 감독은 왜 홍건희에게 사과했을까'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9회초 무사 만루 위기를 1실점으로 막으며 두산이 2-1로 승리했다.

그라운드의 모든 선수는 마운드로 모여 환하게 웃으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하지만 이승엽 감독과 홍건희는 웃지 못했다.

두산 베어스는 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홈 경기에서 알칸타라의 8이닝 2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앞세워 손쉽게 승리하는 듯했다.

2-0으로 앞선 9회초 알칸타라에 이어 마무리 홍건희가 등판했다. 홍건희는 지난 두 경기 모두 긴박한 상황에서 구원등판해 피로도가 높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철원이 빠진 두산은 선택할 수 있는 투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결국 이승엽 감독은 그동안 피해 왔던 홍건희의 3연투를 선택했다.

하지만 마운드에 오른 홍건희의 표정은 좋지 않았고 대타 김태연에 안타를 허용했다. 그리고 후속타자 문현빈, 정은원에게까지 안타를 맞으며 무사 만루 위기를 맞이했다. 두산 입장에서는 허용한 모든 안타가 단타로 그치며 실점하지 않았던 게 다행인 상황이었다.

다음 타자는 최근 불방망이를 휘두르던 노시환이었다. 홍건희의 공을 받은 양의지 포수는 홍건희로는 힘들겠다고 생각을 했고 더그아웃을 보며 사인을 보냈다. 결국 홍건희는 무사 만루에서 고개를 떨구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승엽 감독은 이제 믿을 수 있는 카드는 박치국뿐이었다. 두산 필승조에서 가장 좋은 구위를 가지고 있는 박치국이었지만 노시환과의 상대 전적에서 2타수 2안타로 매우 약했다. 하지만 두산은 방법이 없었고 양의지의 노련한 볼 배합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최근 10경기 타율 0.459로 맹타를 휘두르던 노시환을 123km 슬라이더로 타이밍을 뺏으며 유격수 땅볼 병살타를 유도했다. 비록 1실점을 하긴 했지만, 두산이 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그리고 후속 타자 채은성마저도 유격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2-1 짜릿한 승리를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승엽 감독과 홍건희는 웃지 못했다. 이승엽 감독은 승리가 확정되자 입안 가득 볼 풍선을 분 뒤 긴 한숨을 쉬며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반성했다. 그리고 어두운 표정의 홍건희에게 "미안하다. 고생했다"라며 사과하며 다독였다.

경기 후 이승엽 감독은 "3일 연속 묵묵히 9회 마운드에 오른 홍건희에게는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틀 연속 투구수가 많았음에도 투수 조장으로서 책임감을 보여줘 고맙다"라며 다시 한번 더 홍건희에게 고마움을 표했고 사과했다.

[2-1 승리 후 홍건희에게 사과한 두산 이승엽 감독.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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