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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엔튜닝] 레슨비와 자존심 (MD칼럼)

[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내가 기타 레슨을 시작한 건 회사를 그만두기 두어 달 전의 일이었다. 

그동안의 직장 생활을 마치고, 처음으로 독립을 해 1인 출판사를 차리기로 결심했다. 그러려면 가장 먼저 금전적인 부분에 대한 계획이 필요했다. 아마 한 1년 정도 내게 별다른 수입이 없으리라 예상했다.

퇴사 날짜를 결정하고 통장 잔고를 확인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최소 1년 치 기타 레슨비를 따로 떼어뒀다. 어떤 상황이 되어도 돈 때문에 레슨을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레슨비는 결코 큰 금액이 아니었지만 나는 이제 매달 들어오는 월급이 없지 않은가. 돈 만원에 절절매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내 마음을 알 것이다.

 

‘취미는 독서' 외에 다른 평생 취미를 갖고자 하는 나의 마음은 꽤 진지했기에, 한동안 수입이 없다고 레슨비를 아까워한다거나 하는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건 내 자존심이었다. 

많은 재테크 전문가가 돈에 이름표를 붙이라는 말을 한다. 

매월 써야 할 돈을 통장에 따로 두고 소비 항목에 따라 이름을 붙여두면, 돈을 쓸 때 괜한 스트레스가 없고 돈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 방법은 저축이나 투자를 할 때도 유용하다. 그 저축이나 투자를 왜 하는지 의미와 목적이 분명하면 쉽사리 헐어 쓰지 않는다. 

1년 치 레슨비 마련을 위해 주식을 정리했다. 애초에 큰돈을 굴리고 있지도 않았고, 조금이라도 수익을 볼 때면 기가 막히게 돈 들어갈 일이 생겨 조금씩 빼서 쓰던 차였다. 주식을 팔아 잘 쓰지 않던 통장에 넣고 ‘레슨비 통장'이라 이름 붙였다. 그러고 나니 뭔가 마음이 편해졌다. 

그 후 나는 창업을 했고 늘 그렇듯 책을 만들었다. 그 결과 얼마 전 ’도도서가‘ 이름으로 첫 책이 나왔다. 제목은 ‘처음 주식투자를 하는 너에게’. 제목 그대로 주식투자를 시작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물가가 오르는 만큼 오르지 않는 내 월급, 끊임없이 어디선가 튀어나오는 돈 나갈 곳, 그러니 늘 부족한 돈. 그렇다면 방법을 하나다. 돈을 더 벌면 된다. ‘처음 주식투자를 하는 너에게’ 저자는 그 방법으로 주식투자를 제안한다. 본업을 가진 사람도, 큰돈이 없어도, 조금만 공부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며 그 방법을 친절히 알려준다.

저자는 자신의 딸을 위해 이 책을 썼다. 이 책을 작업하는 동안 내가 좀 더 어렸을 때 이런 경제 교육을 받았으면 정말 좋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니 최소한 퇴사 전에 이 책을 만났다면 좀 더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그렇지만 늦은 때란 없는 법이다. 

오늘 나는 다시 주식창을 열고, 책을 만들고, 기타를 쳤다. 지난주 기타 수업 때 선생님은 좀처럼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늦된 제자를 두고 체념하듯 “어쩔 수 없죠, 천천히 갑시다”라고 말했다.

학창 시절 음악 수업을 듣긴 들었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나는 레슨만 가면 기초적인 음계도 쉽사리 떠올리지 못한 적이 많다. 연습실에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묘한 힘이 있는 걸까. 아무튼 당초 선생님은 얼른 내게 기초를 익히게 한 후 하산시키려 했으나, 반년이 넘도록 제자리걸음이니 선생님으로서는 답답할 노릇이겠다. 나의 갈 길을 멀고도 멀다. 

 

아무래도 기타 레슨을 오래 할 수 있으려면 머지않아 추가 수입이 필요하겠다. 아무쪼록 도도서가 첫 책 ‘처음 주식투자를 하는 너에게’도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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