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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신상공개 두고 “여자라서 빠르네” 충격 댓글들

▲1일 부산경찰청이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거쳐 공개한 정유정(23세)의 사진. 정유정은 온라인 과외 앱으로 만난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됐다. 오른쪽 사진은 정유정이 캐리어를 끌고 자신의 집을 나서는 장면. /부산경찰청 제공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또래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피의자 정유정(23)의 신상정보가 1일 공개되자 일부 여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피의자가 여자라서 신상 공개가 빠르다”며 여성 차별이라는 취지의 비판적인 반응이 나왔다.

정유정이 지난달 26일 범행을 저지른 뒤 6일 만에 이름과 사진 등 신상이 공개됐는데, 부산 돌려차기 사건 등 다른 남성 피의자 사건과 비교해 형평이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여성 커뮤니티 내부에서조차 “충격적인 댓글”이라며 “이런 사건에서조차 성별을 따져야 하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다른 신상정보 공개 사건과 비교해서 정유정의 신상정보 공개가 유달리 빠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최근 있었던 주요 신상정보 공개 사건의 경우 체포로부터 신상정보 공개까지 보통 적게는 4일에서 많게는 7일 정도 걸렸다.

■ “이렇게 빨리 얼굴을 깐다고?” 황당 댓글들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부산경찰청은 1일 오후 내외부 위원 7명이 참여하는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정유정의 이름, 나이, 사진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4시 6분쯤부터 정유정의 신상이 온라인을 통해 공개됐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의 중대성과 잔인성이 인정되고, 유사 범행에 대한 예방효과 등 공공 이익을 위한 필요가 크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여성 커뮤니티인 다음카페 ‘여성시대’에도 이날 오후 4시 8분 정유정의 신상공개와 관련된 속보 기사가 공유됐다. 하지만 해당 게시글에는 “이렇게 빨리 신상 공개를 한다고?” “여자는 신상 공개 빠르다” “어떻게 이렇게 빠를 수가 있죠?” 등의 댓글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정유정의 성별이 여성이기 때문에 신상이 더 쉽게 공개됐다는 취지의 지적인데, 남성인 범죄 피의자의 신상이 상대적으로 잘 공개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데서 비롯된 반응으로 추정된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남자 피의자는 왜 공개하지 않느냐” “데이트폭력 살인남은 언제 공개하냐” 등 구체적으로 남성 피의자 사건을 언급하는 댓글도 이어졌다.

정유정 신상공개 기사를 가장 처음 공유한 이 게시글에는 2일 오전 7시 기준 1990개의 댓글이 달렸다.

■ 여성 커뮤니티 내부에서조차 “충격적이다” 비판

하지만 이같은 반응을 두고 “충격적이다” “가해자를 옹호하는 행위”라는 반박이 나오면서 커뮤니티 내부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정유정 사건을 두고 ‘여성 피의자의 신상정보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이 많았다. 한 작성자는 “이번 신상공개는 적절히 이뤄졌는데, 여기에 화를 내면 여자 신상공개에 불만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신상이 공개되지 않은 남성 피의자 기사에 댓글을 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정유정의 신상공개 자체가 이례적인 게 아니라는 반박도 있었다. 한 작성자는 “계획적 살인을 저지른 싸이코패스와 우발적 살인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여자라서 신상을 공개하지 말란 게 아니다”면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남성 피의자들의 신상도 빠르게 공개하라는 얘기”라는 재반박이 나왔다. 정유정 신상 공개가 부적절하다는 게 아니라, 일반적으로 남성 피의자의 신상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 신상공개 기준이 모호하다?

피의자 신상공개의 기준을 두고 사회적인 논란이 반복되고 있기는 하다. 관련 법이 규정하고 있는 신상공개 기준인 범죄의 잔인성, 증거의 충분성, 공익적 목적 등을 평가하기가 주관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범죄자의 인권도 고려해야 해서 신상공개 결정을 남용해서도 안 된다. 다양한 양상으로 벌어지는 개별 사건들에 대해 그때그때 균형 잡힌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정강력범죄법) 제8조 2항은 신상공개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다.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일 것 ▲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것 ▲피의자가 「청소년 보호법」 제2조 제1호의 청소년에 해당하지 아니할 것 등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 한해 신상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주요 사건의 경우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피의자의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위원회는 3명의 경찰 위원과 4명의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다. 의사와 교수, 변호사 등이 주로 외부 위원으로 참여한다. 경찰뿐만 아니라 외부 전문가의 시각까지 고려해 균형 잡힌 판단을 내리고자 하는 것이다.

경찰청 인권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지난 1월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실 기준 자체가 추상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금 기준이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이 추상적인 기준을 구체화하기도 쉽지 않다”며 현실적인 한계를 설명했다.

최근 신상이 공개된 주요 사례로는 ▲2023년 4월, 강남 납치·살해 사건 피의자 이경우(35), 황대한(35), 연지호(29) ▲2022년 12월, 동거녀와 택시 기사 살해 사건 피의자 이기영(31) ▲2022년 9월,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해 사건 피의자 전주환(31)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 안인득, 전 남편 살인 사건 고유정,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n번방’ 개설자 문형욱, 노원구 세모녀 살인 김태현, 남성 1300명 몸캠 유포 김영준, 전자발찌 연쇄살인범 강윤성, 전 여자친구 스토킹 살해 김병찬, 전 여자친구 가족 살해 이석준, 전 여자친구 살해 조현진,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 이승만·이정학 등이 있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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