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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게 필요한 멜로디’, 김성대 평론가가 들려주는 보물같은 플레이리스트[곽명동의 책갈피]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김성대 대중음악평론가의 ‘지금 내게 필요한 멜로디’(시대인 펴냄)는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보물같은 플레이리스트로 가득 차 있다. ‘사랑과 이별의 순간’ ‘우리의 인생사’ ‘촉촉한 감성’ ‘지금 이 순간’ ‘이 계절’ ‘특별한 날’이라는 6가지의 대분류 아래 32가지 구체적인 상황을 지정해 그때그때 기분과 분위기에 맞는 192곡의 음악을 들려준다. 부제는 ‘비평과 감상이 만나는 일상의 플레이리스트’인데, 과연 그렇다. 2004년부터 대중음악 관련 글을 써온 저자는 노래의 핵심을 꿰뚫어 보는 심미안과 섬세한 감상력으로 곡을 분석한다. 아마추어 드러머 출신답게 노래를 구성하는 악기와 멜로디의 조화를 알기 쉽게 들려주면서 노래 탄생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이야기까지 곁들인다.

데미언 라이스의 'The Blower’s Daughter'를 분석한 글을 보자. “And so it/Just like you said it would be(그래요 그것은/당신이 말한대로 돼버렸죠)”라는 첫 가사를 인용하며 “노래 주인공은 덧없는 사랑을 그만두려는 찰나에 있다”라고 설명한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만난 순간을 노래한 이 곡에 대해 그는 “울먹이는 보컬과 기타, 마치 보티첼리의 그림에서 흘러나올듯한 구슬픈 여인의 백보컬, 그 모든 것의 중심에서 고독을 씹는 첼로가 엮어낸 이 염세적 사랑의 테마”라고 읊조린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보듬은 글은 왜 이 노래가 명곡인지 증명한다. “'바람이 분다'는 이승환의 단단한 피아노 도입부와 단문들의 부대낌으로 조금씩 자란다. 문장들은 시작된 듯 끊어지고 끊어졌다 다시 쓰인다. 쓰였다 끊기다를 반복하며 노래는 겨우겨우 흘러간다”라고 시작한 글은 “그러는 도중 두 번째 절에서 가세하는 박주원의 기타와 강수호의 드럼, 서영도의 베이스, 그리고 멀게 머무는 현악의 자장은 이 지친 노래에 은근한 깊이를 새긴다”라고 쓴다. 그러면서 “’난 행복해‘가 체념하듯 미련을 남기는 역설의 이별이라면, ’바람이 분다‘는 미련인 듯 체념하는 정돈된 이별이다”라고 했다. 이런 문장은 한 편의 시다.

노래의 숨겨진 매력을 알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령, 스팅의 ‘Shape Of My Heart’를 소개한 글에서 저자는 “정작 이 노래의 신스틸러는 따로 있었으니 바로 하모니카 연주자 래리 애들러다. 초반에 숨어있다 중반에 모습을 드러내는 그의 하모니카 솔로는 지상에 머물던 이 곡을 천상으로 데려간다”라고 평한다.

역대 최고의 발라드로 꼽히는 이승환의 ‘천일동안’의 곡을 김동률이 쓰고 데이비드 캠벨이 편곡했다는 사실은 이번에 알았다. “체념의 도입부와 우렁찬 후렴에 이르는 모습에서 ‘천일동안’과 ‘그것만이 내 세상은’은 어딘지 모르게 닮았다”는 대목에선 들국화를 동경했던 이승환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감성만 자극하고 피상적인 느낌만 나열한 기존의 대중음악 서적이 즐비한 상황에서 ‘지금 내게 필요한 멜로디’는 성실한 취재에 바탕을 둔 뛰어난 감식안으로 독자의 청음 스펙트럼을 더욱 넓게 확장해준다.

이 책의 첫 장은 ‘썸’으로 시작하는데, 첫 노래는 조덕배의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은’(1998)이다. 마지막 챕터는 ‘결혼기념일’로, 대미는 퀸의 ‘아이 워즈 본 투 러브 유(I Was Born To Love You)’가 장식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내 마음에 들어온 그대를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어요”로 수렴된다. 이토록 멋진 감성의 플레이리스트라니! 책을 읽는 순간, 저자가 선별해놓은 플레이리스트가 당신의 심장을 두근두근 뛰게할 것이다.

[사진 = 시대인]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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