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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의 미팅 그 후…SSG 필패조 아이러니, 오명을 벗는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날 끝나고 불펜투수들 모아서 얘기를 좀 했죠.”

1군에서 감독이 직접 선수들을 소집해 미팅을 갖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한 시즌에 많아야 1~2번이라고 봐야 한다. 감독이 미팅을 소집했다면, 정말 큰 결단을 내린 것이다. 선수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여부를 떠나, 감독이 선수들에게 분명하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케이스다.

SSG 김원형 감독은 9월25일 인천 LG전서 2-6으로 패배한 뒤 불펜투수들을 따로 모았다. 당시 9회초 2사까지 2-1로 앞서다 노경은의 연속 4볼넷으로 동점을 허용한 뒤 연장 10회초에 김택형이 김민성에게 결승 그랜드슬램을 내준 직후였다.

SSG는 8월 말부터 불펜에 대한 피로도가 극에 달한 상태다. 실제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9월 불펜 평균자책점 7.95로 리그 최하위였다. 너나할 것 없이 무너지며 다 잡은 경기를 놓치거나 어렵게 풀어가며 다음 일정에도 데미지를 주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김 감독은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29일 인천 키움전을 앞두고 미팅 소집 사실을 털어놓았지만, 구체적인 내용까지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쉽게 유추할 수 있다. 1년 내내 고생한 불펜 투수들에게 현 시점에서 야단칠 지도자가 있을까. 김 감독은 분명 격려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SSG 불펜은 2020년부터 계속 불안했다. 애당초 LG처럼 막강한 느낌과는 거리가 있었다. 기본적으로 압도적인 불펜투수가 적은데, 시즌 내내 잘 하길 바라긴 어렵다. 선발과 타선, 수비가 좋아 서로 메워주며 잘 버텨왔던 것이다.

흥미로운 건 SSG 불펜은 지금도 불안하다는 점이다. 1일 광주 KIA전까지 최근 3경기 연속 블론세이브가 나왔다. 그럼에도 최근 10경기 성적은 7승3패다. 불펜 투수들이 얻어맞으면 타자들도 상대 불펜 투수들에게 KO펀치를 날리며 어떻게든 데미지를 최소화하고 꾸역꾸역 승리를 따낸다. 선발투수들은 계속 힘을 내고, 수비도 여전히 준수하다. 주전유격수 박성한이 실책 3개를 범하기도 했지만, 그날(9월30일 인천 키움전)도 SSG는 결국 이겼다. 영웅은 계속 바뀐 채 나타났다.

경기 막판이 피로해지고 시간이 길어지는 부분은 어쩔 수 없다. 중요한 건 서로 도와가며 버텨내며 대망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다가서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매직넘버1. 누가 봐도 SSG 불펜은 허약한데, SSG의 한 야수는 “우리 불펜 약하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한 배를 탄 선원들이라면, 흠을 지적하기보다 서로 도와가며 발 맞춰 앞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 SSG는 요즘 역설적으로 케미스트리의 힘을 보여준다. 이 또한 1위, 우승의 자격 중 하나다. 그 힘이 김 감독의 미팅 이후 결집됐다면, 김 감독의 미팅은 성공이다.

최근 한 팬이 ‘필패조, 오명을 벗자’라는 문구를 스케치북에 적고 SSG 랜더스필드에서 응원하는 모습이 중계방송사 카메라에 잡혔다. 필승조가 아니라 필패조면 좀 어떤가. 그 팬도 SSG를 열렬히 응원한다. 그리고 SSG는 어떻게든 버텨내며 고지를 향해 조금씩 나아간다.

SSG 팬들은 앞으로도 각오해야 한다. 잔여 4경기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시리즈서도 불펜이 무너져 충격적으로 지는 경기가 나올 수 있다. 아킬레스건은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전투에서 한 번 진다고 해서, 전쟁에서 지는 건 아니다. SSG는 이미 오뚝이 같은 힘을 보여주고 있다. 필패조라고 해도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웃으면 위너다.

[SSG 김원형 감독과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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