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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같이 따사로운 마음, 성북동 산책길[이기자의 낮이밤이]

[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따스롭던 햇볕이 다시 주말을 맞아 조금 차가워졌다. 그래도 3월이다. 움츠리고만 있을 수 없다. 겨우내 웅크렸던 몸을 움직이며 새로운 계절의 싱그러운 공기를 맘껏 누려보자. 멀리 가지 않아도 한시간만 짬을 내면 멋스러운 길이 우리네 곁으로 다가온다.

복잡한 혜화동을 지나 북쪽으로 향하면 북악산 품 안에 안긴 소박하지만 멋스러운 길이 시작된다. 골목골목 이야기가 있는 성북동이다. '이기자의 낮이밤이’는 봄날 성복동을 걸었다.

베이커리 카페 전성시대, 성북동 빵공장

삼청터널을 통과해 달리다 보면 성북동 주택가가 시작된다. 가게가 많지 않은 지대가 높은 언덕에 자리해 누가 봐도 한눈에 들어오는 베이커리 카페, 성북동 빵공장이 있다. 교통도 불편하고 언덕이 높아 찾아가기 번거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한 번 방문하면 단골이 되어 하루종일 빵과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간판을 지나 아래로 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빵공장의 출입문을 만날 수 있다. 천정이 높고 탁 트인 시야와 밝은 채광이 어우러져 성북동 빵공장만의 경쾌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스페셜티 커피와 갓 구워낸 빵들은 성북동 빵공장에서의 오후를 더욱 즐겁게 만든다.

만해 한용운 선생의 유택, 심우장

비좁고 가파른 골목을 한참 오르면 만해 한용운 선생이 머물렀던 심우장이 있다. 골목 안쪽에 자리 잡은 집도 소박하다. 집을 지을 땅 한 평조차 마련할 길이 없었던 선생을 위해 지인들이 힘을 모아 마련해준 공간이다.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선생은 이곳에 머물면서 깨우침을 찾아 수행하는 마음을 간직하기 위해 ‘심우장’이라고 이름 붙였다. 사람의 마음을 소에 비유해 잃어버린 나를 찾는다는 뜻의 ‘심우’. 이제는 선생도 떠나버린 빈집의 마당에는 그가 손수 심은 향나무만이 남았다.

그토록 바라던 광복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던 곳이기에 심우장이라는 공간의 의미가 더욱 크다.

멀리서 바라보는 운치, 최순우 옛집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저자인 최순우 선생은 평생 박물관인으로 살았다.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문화재 보존을 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던 최순우 선생. 손수 심은 나무와 단정한 목가구, 백자와 달항아리에는 시공간을 뛰어넘는 선생의 안목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한국의 첫 시민문화유산으로 알려진 이 고택은 시민들의 힘으로 지켜낸 근대 문화유산이다.

성북동 좁은 골목 안쪽에 자리 잡고 있었던 선생의 집은 시민의 성금으로 복원과 보수 과정을 거쳐 2004년부터 개방되었다. 덕분에 여전히 현대식 건물 사이, 멈춰진 시간을 덧입고 예스러운 정취 그대로 보물처럼 그대로 골목길 안쪽에 남아있다.

[사진=마이데일리 DB]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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