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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놓친 눈물의 676홈런, 이젠 진짜 거포 키워야 산다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LG는 지금도 풀리지 않은 숙원이 하나 있다. 바로 '거포'에 대한 갈증이다.

LG에게 거포는 지금도 환상과 같은 존재다. 지금까지 LG에 있었던 거포 유망주는 많았지만 이들은 하나 같이 LG에서 꽃을 피우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LG를 떠난 뒤 거포의 잠재력을 폭발하면서 LG의 속을 더욱 쓰리게 했다.

LG가 거포로 육성하려 했던 김상현은 끝내 LG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2009년 KIA로 트레이드됐다. 이것은 리그의 판도를 바꾸는 트레이드였다. 김상현은 타율 .315 36홈런 127타점으로 KIA의 통합 우승을 이끌고 정규시즌 MVP까지 차지했다. 김상현이 남긴 통산 홈런 개수는 158개. 이 중 125개가 LG를 떠난 뒤에 터진 것이었다.

LG가 가장 기대했던 거포 유망주 박병호는 LG를 떠나고 나서야 잠재력을 폭발하기 시작했다. 2011년 트레이드 마감일에 맞춰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박병호는 이적 후 홈런 12개를 터뜨리면서 가능성을 펼치기 시작하더니 2012년 31홈런, 2013년 37홈런, 2014년 52홈런, 2015년 53홈런을 폭발하면서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거포 타자로 우뚝 섰다. 2016년에는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로 진출했으니 더 할말이 없다. 통산 321홈런 중 LG에서 터뜨린 것은 25개가 전부였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박경수는 LG를 떠나고 112홈런을 쳤고 정의윤도 LG 유니폼을 벗은 뒤 홈런 88개를 쳤다. 최승준도 LG에서는 홈런 2개를 친 것이 전부였는데 LG를 떠난 뒤에는 홈런 29개를 터뜨렸다. 올해 LG가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한 양석환도 두산 유니폼을 입고 홈런 26방을 날렸으니 LG로서는 환장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LG가 이들을 보내고 놓친 홈런 개수만 676개에 달한다.

그래도 '좌절금지'다. 마침 LG에는 미래의 거포로 촉망받는 선수가 있다. 이재원은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홈런 16개를 터뜨리며 당당히 홈런 1위에 올랐다. 결국 1군에서 기회를 얻은 이재원은 홈런 4방을 작렬하면서 적응력을 높이고 있다.

최근엔 '지원군'도 가세했다. LG는 최근 2군 감독을 맡고 있던 황병일 수석코치를 1군으로 올려 분위기를 재정비했다. 황병일 수석코치는 오랜 시간 동안 2군에서 이재원을 지켜봤기 때문에 누구보다 이재원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지도자라 할 수 있다.

류지현 LG 감독은 "황병일 수석코치님이 이재원의 히스토리를 많이 알고 있다. 2군에서 좋았을 때 모습 있는데 1군 합류 후에 조금 변화가 있었다. 힘으로 스윙을 하다보니까 타격폼이 커졌다. 황 코치님이 '그러면 정타 확률이 떨어진다'는 조언을 해주셨다"라고 전했다.

이재원은 "2군에 있을 때 힘보다 타이밍을 많이 생각했다. 그런데 1군에서 경기를 치르니 변화구가 많이 들어오더라. 변화구를 생각하다보니 변화구 타이밍이 한 박자 늦어졌고 덩달아 직구도 타이밍이 늦어졌다. 황병일 코치님께서 '치던대로 쳐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밝혔다.

LG는 채은성, 김민성 등 부상자들이 많고 저스틴 보어도 기대 이하의 타격을 보여주고 있어 최근 이재원에게 4번타자 자리를 맡기기도 했다. 이재원은 4번타자로 나서는 것에 대해 "전쟁터에서 재밌다고 하면 그렇지만 부담은 하나도 느끼지 않는다. 즐기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렵게 찾아온 1군에서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그는 "감독님께서 계속 기회를 주시고 믿음을 주시는 만큼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LG가 그동안 수많은 거포 유망주들을 놓쳤지만 이번 만큼은 분위기가 달라 보인다.

[LG 이재원이 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기아-LG의 경기 3-3 동점이던 8회말 2루타를 때리고 있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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