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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서울연고,현대는 프로야구 단칼 거절'...40년만에 털어놓은 비밀

프로야구 설계 이용일 초대 KBO 사무총장, 지바 롯데 운영 경험,,,롤모델 기대

창사 20주년 맞는 mbc 서울 요구...신격호 회장 버텼지만 물거품, 고향 앞으로

[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원래 롯데 자이언츠가 서울 연고지였는데 아시나요?”

올해 프로야구가 출범한지 40주년을 맞았다. 프로야구를 설계하고 출범시킨 후 KBO(한국야구위원회)초대 사무총장(1981년 12~1991년 2월)을 지낸 이용일 전 KBO총재 직무대행(이하 총재)이 밝힌 비밀(?)이다. 이 총재는 유영구 총재의 유고 때인 2011년 직무대행을 맡았었다.

그동안 수많은 인터뷰를 했지만 이용일 총재(90)가 롯데의 서울 연고를 조건으로 프로야구에 뛰어들었다는 비사는 거의 밝히지 않았다.

최근 마이데일리와 만난 이 총재가 밝힌 비화는 이렇다. “국내 재벌들 가운데 유일하게 프로야구 운영 경험이 있는 그룹이 롯데였다. 롯데는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를 운영한지 10년 쯤 됐다.”

지바 롯데 마린스는 1949년 창단한 마이니치 오리온스가 전신이다. 롯데는 1969년 도쿄 오리온스를 인수해 롯데 오리온스로 이름을 바꾸었다. 연고지는 처음부터 도쿄옆의 지바현 지바시이다.

1981년 하반기부터 프로야구를 설계하면서 롯데에 서울 연고를 주기로 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10년 정도 프로야구팀을 운영했기 때문에 노하우가 있었을 것이다. 다른 팀들의 본보기 겸 롤모델로 해서 프로야구판 전체를 이끌어 가도록 할 계획이었다”는 것이 이 총재의 회고이다.

당시 신격호 회장도 서울 연고를 조건으로 프로야구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기에 쉽게 받아들였다.

“신회장은 일본에서 프로야구를 하는데 수도가 아닌 촌(지바시를 이렇게 표현했다고 한다)에서 해보니 흥행이 쉽지 않았던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무조건 서울을 요구했고 나도 OK했다.”

그런데 결국 롯데는 서울이 아닌 부산을 연고지로 해서 팀을 창단했다. 중간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이에 대해 이용일 총재는 “갑자기 MBC 이진희 사장이 프로야구를 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MBC는 정권실세를 등에 업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이진희 사장(1980년 7~82년 6월)은 프로야구 출범을 한창 논의할 때인 1981년이 마침 MBC 창립 20주년을 맞는 해였기에 프로야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이 총재의 설명이다.

갑자기 MBC가 나서는 바람에 신격호 회장은 ‘서울 사수’를 밝히며 프로야구 창단을 하지 않겠다고 한달간 버텼다고 한다.

하지만 청와대 인사들과 중앙정보부 고위층이 움직여 신격호 회장의 마음을 돌려 결국 롯데는 신회장의 고향인 경남과 부산을 연고지로 팀을 창단하게 됐다는 것이 이 총재의 설명이다.

"현대 정주영 회장, 서울올림픽 금메달 많이 따는데 총력"...프로야구 거절

이 총재는 OB도 대전이 아니라 인천을 연고지로 해서 팀을 창단할 예정이었다고 덧붙였다. 원래 OB도 서울에서 창단하기로 했는데 서울은 MBC로 안해 줄 방법이 없었기에 인천을 제안했고 박용곤 회장도 받아들였다고 한다.

OB가 인천이 아니라 대전에서 다시 서울로 올라오게 된 것도 사연이 있었다. 갑자기 삼미 김현철 회장이 인천을 연고로 팀을 창단하겠다고 청와대에 요청, 승인을 받는 바람에 OB는 서울에 이어 인천행도 포기해야 했다.

대신 OB는 나머지 5개 팀이 ‘3년후에 서울에 입성한다’는 조건을 받아주는 데에 합의함에 따라 아무런 연고도 없는 대전을 연고지로 해서 팀을 창단하게 됐다.

그럼 당시 삼성과 함께 재계 양대산맥인 현대는 왜 프로야구에 참여하지 않았을까. 88 서울 올림픽 때문이라고 한다.

이용일 총재 뿐아니라 청와대에서도 정주영 회장에게 프로야구 창단을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 회장은 만나자마자 “우리는 서울올림픽을 유치했고 올림픽때 많은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도록 노력하겠다”며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지금 대전을 연고지로 한 한화(한국화약)도 왜 충남, 대전을 연고지로 한 팀을 창단하지 않았을까. 김종희 회장이 1987년 7월에 타계했기에 갑자기 그룹을 물려받은 김승연회장이 “지금 상중”이라고 고사했다는 것이 이총재의 회고이다.

[이용일 전 KBO총재 권한대행. 1982년 프로야구 개막식. 사진=마이데일리DB. 일간스포츠 제공]]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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