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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머링’, 헤비메탈로 들려주는 코로나 속 한국[김성대의 음악노트]

음악도 영화와 마찬가지다. 곡 또는 앨범을 위한 콘셉트, 줄거리가 있고 쓰는 사람의 관점이 있다. 때문에 밴드 음악일 경우 가사는 시나리오이며 연주와 노래는 카메라이자 조명이다. 물론 소리는 그 모든 것의 본질이다. 음악은 소리 없인 아무것도 아니다. 침묵 다음으로 아름답다는 어느 재즈 레이블의 모토나 우연성이라는 명분으로 감행한 존 케이지의 ‘4분33초’ 퍼포먼스는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는 차원의 것이지, 보편 개념에서 그것들이 음악일 순 없다. 영화는 무성이어도 상관없는 이미지의 예술이지만 음악은 무성인 순간 사라지는 말 그대로 ‘소리의 예술’이다.

헤비메탈 밴드 해머링의 두 번째 앨범 역시 그렇다. 디지털 혁명에 따른 이기적 인간 군상을 포착한 1집에 이어 이번엔 '코로나19로 전대미문 팬데믹을 겪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설정으로 이들은 인간을 무력으로 몰아넣는 천재지변(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서라운드로 깔리는 첫 트랙 제목이 '대참사(Catastrophe)'다)과 인간의 무력으로 압제하는 정치격변을 시나리오에 담았다. 거시냐 미시냐 차이만 있을 뿐, 1집과 2집은 그렇게 특정 시대를 관통하며 그 시대를 바라보는 앨범이란 점에서 같다.

해머링의 음악은 들썩이고 파도치는 리듬이 특징인 그루브 메탈을 지향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램 오브 갓과 고지라(Gojira)의 조합을 표방하는, 즉 "메탈릭 하드코어라는 뉴스쿨과 스래쉬/펑크라는 올드스쿨의 조화"다. 가령 타이틀 곡 'Libera Me'에서처럼 이들은 레드 제플린이 힌트를 주고 메탈리카가 해답을 제시한 대곡의 정황을 따르며 헤비메탈로 엮어낼 수 있는 스토리텔링의 또 하나 본보기를 들려준다. '리베라 메(Libera Me)'는 "나를 구원하소서"를 뜻하는 라틴어. 신도들의 불안과 현실고를 먹고 사는 일부 종교인들의 사리사욕, 이기심을 비판하는 가사 내용으로 봤을 때 성스러운 제목은 결국 저들의 상스러운 행위를 겨냥한 조롱에 가깝다.

타이틀 트랙에 담긴 비판과 냉소의 기운은 앨범 전반에 떠돈다. 최근 '모가디슈'라는 영화가 환기시킨 독재의 위력, 그에 따른 비극을 다룬 'On The March'를 비롯해 스마트폰 위에서 벌어지는 범죄와 갈등, 과시와 상처를 화이트 좀비 스타일로 묘사한 'Trigger Finger', 개인을 전제해야 하는 국가가 정작 개인을 지켜주지 못하는 제도적 아이러니를 꼬집은 'Black Sea'(3년 전 곡을 다시 편곡해 실었다) 등 멀게는 조지 오웰의 '1984'부터 가깝게는 장준환의 '1987'과 시스템 오브 어 다운의 'B.Y.O.B.'까지 아울러 이들은 국가의 무능 또는 제도의 허점을 성토한다.

또 큐브릭(Stanley Kubrick)의 고전을 인용해 코로나 시대의 자가격리를 이야기하는 'The Shining'은 역병 감염 의심, 창궐의 불안, 기약없는 통제(거리두기)로 짜증이 묻어나는 'Stay Away'와 함께 작품의 주제(코로나19 팬데믹 속 대한민국)를 한 번 더 되새기고 간다. 그리고 마지막 곡 '바람의 딸(Daughter Of The Wind)'에선 아예 "인간의 존재가 바이러스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연 앞에 겸손하자는 지구적 뉘우침을 담아 이 기막힌 시대를 거칠게 관조한다.

건조하면서 단단한 악기 톤, 새로운 프런트맨 유비가 이끄는 샤우팅/그로울링/클린 보컬의 무난한 전개, 메인 송라이터 겸 기타리스트 염명섭의 사활을 건 리프 메이킹과 기타 솔로, 베이시스트 유진아와 드러머 김용훈('The Shining'을 들어보라)의 깔끔하고 후련한 인터플레이. 그러지 않아도 척박한 땅에서 그럼에도 계속 헤비메탈을 해나가는 해머링의 이번 앨범은 '예술하는 사람도 자신이 사는 사회를 벗어날 수 없다'는 진리를 새삼 돌아보게 한다. 물론 현실 사회를 바라보며 문제의식을 갖고 그것을 음악으로 옮겨온 일은 이들 외에도 국내외 수많은 사례가 있다. 관건은 그것을 얼마나 그럴 듯하게 표현해 듣는 사람들을 납득시키냐는 것. 해머링은 해냈다.

[사진제공=도프엔터테인먼트]

*이 글은 본사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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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중음악상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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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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