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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선수들, 팬 사망에 ‘97초' 묵념한 사연

[마이데일리 = 런던 유주 정 통신원] 지난 29일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 선수들이 훈련 중인 오스트리아 전지훈련 캠프에선 97초간 묵념 의식이 거행됐다.

32년 전 ‘힐즈버러 참사’의 97번째 사망자를 기리는 의식이었다.

리버풀 팬인 앤드류 디바인은 앞서 지난 27일 영국 리버풀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55세였다.

그는 힐스버러 참사 당시 심각한 뇌 손상을 입고 투병해 왔다. 그동안 부모와 형제 자매 4명이 거동이 어려운 디바인을 돌봤다.

디바인의 가족은 계속 리버풀에 살며 종종 그를 리버풀 홈매치에 데려가기도 했다.

2019년 리버풀의 UEFA 챔피언스 리그 우승 직후, 선수들이 탄 빨간 버스가 디바인의 집 앞을 지나며 트로피를 선보인 감동적인 일화도 있다.

힐즈버러 참사는 1989년 4월 잉글랜드 사우스요크셔 셰필드의 힐즈버러 스태디움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 사고다. 리버풀과 노팅엄 포리스트의 FA컵 준결승전 도중 좁은 출구에 지나치게 많은 관중이 몰려들면서 큰 사고로 이어졌다.

당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90여 명이 즉사했다. 사인은 대부분 질식사였다. 이후에도 사고 후유증으로 숨지는 사례가 잇따랐다.

가장 어린 사망자는 열 살 소년, 존 폴 길훌리였다. 리버풀 주장이었던 스티븐 제라드가 길훌리의 사촌이다.

그리고 32년이 지난 이번 주, 리버풀 법원 검시관은 당시 사고에서 입은 부상이 디바인의 사망 원인이라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힐즈버러 참사 희생자는 97명이 됐다.

사고 직후 일부 언론은 훌리건들과 술에 취한 관중들을 참사를 일으킨 주범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당시 사우스요크셔 경찰의 관리 실패가 원인이었음이 드러났다.

이 참사는 영국의 경기장들이 관중석 시설을 완전히 갈아엎는 계기가 됐다. 입석이 사라지고 좌석이 설치됐다.

디바인의 사망 소식은 리버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전해졌다.

디바인의 가족들은 “디바인이 쉰다섯 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음을 알린다”면서 “엄청난 절망을 느끼고 있지만서도 디바인이 사고 이후 32년이나 우리와 함께 해 왔음이 축복이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고 밝혔다.

[사진 = AFPBBNews]

유주정 통신원 yuzuju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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