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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지난 LG-두산 트레이드,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흐른다 [MD포커스]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트레이드가 성사된지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예상 외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 라이벌'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는 지난달 25일 2대2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LG가 양석환과 남호를 건네고 두산으로부터 함덕주와 채지선을 받아들이는 트레이드였다.

사실 트레이드가 성사될 때만 해도 "LG가 이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트레이드의 메인 카드는 양석환과 함덕주였다. 두산은 오재일이 FA로 떠나면서 1루수 자리를 메워야 했고 잠실구장에서 홈런 22개를 터뜨린 경력이 있는 파워히터 양석환은 안성맞춤 카드였다.

그런데 양석환을 위한 대가가 함덕주라는 점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함덕주는 선발, 중간계투, 마무리 모두 가능한 선수로 한 시즌에 27세이브를 거둔 경력도 있다. 매력적인 전천후 좌완투수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어 병역혜택까지 받았다.

양석환도 이러한 여론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두산 유니폼으로 갈아입자마자 "두산에서도 좋은 선수를 트레이드 카드로 쓴 만큼 트레이드를 잘 했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나도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양석환은 두산의 기대를 충족하고 있다. 5번타자로 자리매김한 양석환은 아직 홈런은 1개가 전부이지만 타율 .313와 타점 12개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타점은 팀내에서 김재환(19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개막 첫 4경기에서는 14타수 2안타에 그치는 아쉬움이 있었던 그는 9~11일 한화와의 3연전에서 시즌 1호 홈런을 비롯해 13타수 6안타로 펄펄 날면서 타격감을 끌어 올리는데 성공했다. 16~18일에는 친정 LG를 만나 역시 13타수 6안타에 타점 3개를 쓸어 담는 활약을 보였다.

두산이 13-1로 대승을 거둔 22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3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으로 활약한 양석환은 타점 2개를 희생플라이 2개로 기록, 알토란 같은 타격을 선보였다. 물론 지금껏 볼넷 2개를 고르면서 삼진은 20차례나 당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지금과 같은 정확도를 유지한다면 두산 타선에 큰 힘이 될 것이 분명하다.

반면 함덕주는 아직까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개막 첫 경기에서 구원투수로 나와 1⅓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첫 승을 신고, 산뜻하게 출발했지만 정작 본격적으로 선발 등판에 나서자 불안한 투구를 보였다. 사사구 20개가 쏟아졌던 9일 잠실 LG-SSG전에서 함덕주는 사사구 7개로 제구 난조에 시달렸다. 최근 등판인 21일 잠실 KIA전에서도 2⅓이닝 동안 안타 7개를 맞고 볼넷 2개를 허용하면서 2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왼쪽 손가락 물집으로 투구에 어려움이 있었다.

당초 함덕주는 두산에서 치른 스프링캠프에서 선발투수로 준비를 하다 다시 구원투수로 전환하면서 강하게 던지는 투구 위주로 훈련을 진행했다. 그러다 LG로 트레이드가 됐고 LG는 함덕주를 선발투수로 활용하기로 결정하면서 함덕주는 다시 투구수를 끌어 올려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그러나 함덕주의 과제는 쉽게 해결되지 못했다.

결국 LG는 다시 함덕주를 구원투수로 활용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류지현 LG 감독은 함덕주와 개인 면담을 가졌고 "아직 선발로 준비가 덜 돼 있는 몸이다. 올 시즌까지는 중간으로 팀에 보탬이 될 준비를 하겠다고 했다"는 결론을 전했다.

아직까지는 예상 외로 두산이 이득을 보는 분위기다. 그러나 트레이드 결과는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 1군 엔트리에서 말소돼 '재충전'의 시간을 갖게 된 함덕주가 구원투수로 나오면 위력적인 투구를 보여줄 수도 있다. 양팀의 트레이드가 올 시즌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만하다.

[함덕주(왼쪽)와 양석환.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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