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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흔들린 공정성과 요동친 '문어 다리' [강다윤의 카페인]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시작부터 요란하던 '킹덤'이 아직도 소란스럽다. 끝난 것 같던 제작비 논란도 다시 한번 고개를 들었다.

'킹덤'은 첫 방송을 사흘 앞두고 공정성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각 팀의 무대 제작비 상한선이 500만 원으로 고지됐으나 일부 팀이 고가의 무대 세트, 소품을 사용했다는 것.

당시 제작진은 "세부적으로 정의할 수 없었던 부분을 고려하지 못한 점 죄송하다"며 "다만 최고의 무대를 위해선 아티스트의 크리에이티브를 최우선해야하고, 무대 설치에 있어 모든 부분을 명확히 가이드로 제시할 수 없는 점 등은 조심스럽고 고민스러운 상황"이라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후 제작발표회에서도 특정 팀을 위한 특혜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1차 경연이 끝나고 가장 화제에 오른 것은 다름 아닌 '문어 다리'였다. 제작비 논란 속, 한 팀의 압도적인 스케일에 네티즌들의 눈길이 쏠렸기 때문이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을 테마로 삼은 해적선만으로도 감탄이 나오는 가운데, 화룡점정을 찍듯 움직이는 대형 크라켄(문어 다리)이 등장했다. 제작진은 이를 '모두를 환호하게 만든 시네마틱한 연출'이란 자막으로 극찬했다.

'킹덤'에 참여한 여섯 팀은 무대를 통해 기량을 선보이고 평가 받는다. 그러나 평범한 세트와 움직이는 '문어 다리'의 차이는 컸다. 게다가 각 팀의 세트 차이는 고스란히 방송을 탔다. 시작부터 다른 출발선에 선 채 경연을 펼친 꼴이다. '명확한 가이드'를 제시받지 못한 채, 최선을 다해 무대를 꾸린 가수들만이 피해를 보고 말았다.

'킹덤'은 총 네 번의 경연을 통한 누적 점수로 우승자가 결정된다. 불공정한 상황에서 펼쳐진 1차 경연의 결과는 고스란히 남은 것이다. 제작진은 불공정한 상황에서 펼쳐진 1차 경연 점수를 무효화해야 했다. 그것이 어렵다면 이미 한번 주어진 불공정한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합당한 대안을 제시해야 했다. 하지만 "죄송하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던 제작진은 이를 완벽하게 수습하지도, 대책을 세우지도 못했다. 경연을 강행했을 뿐이다.

엠넷은 이미 '프로듀스' 시리즈 조작 논란으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잃었다. 이후 '컴백전쟁: 퀸덤', '고등래퍼 4', '쇼미더머니8' 등의 프로그램을 내놨으나, 잃어버린 신뢰는 단순히 새 프로그램을 내놓는다고 되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미 신뢰를 잃은 엠넷은 다른 어떤 방송사보다 더 철저하고 정당한 기준으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제작해야만 한다.

그런데 '킹덤'은 첫 경연부터 허술한 준비가 드러나고 만 셈이다.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가.

그나마 다행인 사실은 '킹덤'이 이제 막 첫 발을 내디뎠다는 점이다. 부디 제작진이 세심하고 꼼꼼한 기준으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이끌길 기대한다. 엠넷은 더이상 아티스트들의 꿈과 노력, 시청자들의 순수한 마음을 배신해선 안된다.

[사진 = 엠넷 '킹덤' 포스터, '킹덤' 방송화면]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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