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검색닫기

‘감독의 무덤’ 끊은 추일승, 오리온과 희로애락 함께한 9시즌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오리온의 선전을 기원한다”라는 말을 남긴 채, 추일승 감독이 오리온을 떠났다. 추일승 감독과 오리온이 9시즌째 이어왔던 동행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고양 오리온은 19일 “추일승 감독이 자진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사의를 수용하고 팀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2019-2020시즌 잔여경기는 김병철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2011년 7대 감독으로 선임됐던 추일승 감독은 오리온 지휘봉을 잡은 이후 9번째 시즌을 매듭짓지 못한 채 오리온과의 인연을 마무리하게 됐다.

김진 감독과 전성기를 구가한 후, 오리온은 침체기를 겪었다. 간판스타 김승현이 부상 및 팀과의 마찰 등으로 자리를 비우는 날이 많아졌고, 이후 많은 사령탑이 거쳤으나 ‘암흑기’는 예상보다 길었다. 이충희 감독은 2007-2008시즌 26경기 만에 물러났고, 감독대행을 거쳐 2008-2009시즌 정식 감독으로 임명된 김상식 감독도 마지막 라운드를 남겨둔 채 떠났다.

2009년에는 김남기 감독이 6대 감독으로 임명됐다. 당시 남자농구대표팀의 전임 감독이었으며, 김남기 감독과 대표팀에서 코칭스태프를 이뤘던 김유택 코치도 오리온으로 향했다. 하지만 김남기 감독 역시 3년이라는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며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당시 나란히 암흑기를 걸었던 서울 SK와 오리온에 ‘감독의 무덤’이라는 오명이 생긴 배경이었다.

2011-2012시즌을 앞두고 오리온의 선택을 받은 이가 추일승 감독이었다. 부산 KTF(현 KT) 사령탑에서 물러난 후 해설위원을 거쳤던 추일승 감독은 뛰어난 친화력, 끊임없이 연구하는 자세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령탑이었다. “침체된 팀 분위기를 끌어올려줄 적임자”라는 게 당시 오리온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오리온은 추일승 감독과 함께한 첫 시즌인 2011-2012시즌에도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KBL 역대 최다 타이인 5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탈락. 하지만 추일승 감독은 시즌 중반 김동욱을 영입, 포워드가 기반이 된 팀 컬러를 구축해 비전만큼은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오리온은 2012-2013시즌에 길었던 암흑기를 거쳐 6시즌만의 플레이오프를 맛봤다.

오리온은 이후 2014-2015시즌까지 꾸준히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번번이 6강 문턱을 넘지 못해 한계에 봉착하는 듯했다. 하지만 오리온은 2015-2016시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했다. 오리온은 챔피언결정전서 스페이싱을 활용한 전술, 트랜지션을 묶어 예상을 깨고 전주 KCC를 완파했다.

오리온은 이어 2016-2017시즌 정규리그서 36승을 따냈다. 가장 최근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2002-2003시즌 이후 구단 최다승이었다. 오리온은 비록 이승현이 군 입대한 2017-2018시즌에 쉼표를 찍었지만, 2018-2019시즌에는 10연패를 딛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KBL 최초의 팀으로 이름을 남겼다.

이어 기대 속에 맞은 2019-2020시즌. 오리온의 플랜은 외국선수 선발, 부상 등으로 균열이 생겼다. 오리온은 좀처럼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추일승 감독은 A매치 휴식기인 19일 자진사퇴를 선언했다.

추일승 감독은 “시즌 도중 사퇴하게 돼 구단과 선수단에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후배들에 길을 열어주고자 결심했다. 그동안 응원해주신 팬들과 묵묵히 따라와준 선수단, 아낌없이 지원해준 구단 관계자 모두에게 감사하다. 앞으로도 오리온의 선전을 기원한다”라고 전했다.

비록 2019-2020시즌을 매듭짓지 못했지만, 추일승 감독은 오리온에서 가장 많은 경기(정규리그 473경기)를 소화한 감독으로 이름을 남겼다. 추일승 감독 선임 후 ‘감독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씻은 오리온은 김병철 감독대행 체제로 새 출발한다.

[추일승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