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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2' 천만②] '제2의 렛잇고' 없이 어떻게 가능했나…"흥행보다 작품성"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겨울왕국2'가 제2의 '렛잇고' 없이도 '천만'을 달성, 보기 좋게 전작의 그림자를 넘어섰다.

'겨울왕국2'의 천만 돌파는 '전작만 한 속편 없다'라는 편견을 깨부수고 흥행을 일궈낸 점에서 더욱 뜻깊다.

전편은 OST '렛잇고'(Let It Go)의 대히트로 전 세계 애니메이션 흥행 수익 1위라는 역대급 기록을 썼던 바. 이에 '겨울왕국2'에 거는 기대는 더욱 컸다.

연상호 감독 또한 최근 '겨울왕국2' 제작진의 내한 기념 특별 대담에서 "2편 개봉 소식에 '렛잇고'를 능가하는 곡이 과연 나올까? 하는 생각을 먼저했다"라고 밝힌 것처럼 관객들의 관심사는 온통 '제2의 렛잇고' 탄생 여부에 쏠려 있었다.

그러나 제작진은 '렛잇고'의 무게를 내려놓고 관객들의 뒤통수를 제대로 때렸다. 흥행보다 작품성에 집중하여 과감히 심오한 서사를 다룬 것.

크리스 벅 감독은 "'렛잇고'는 정말 훌륭한 노래다. 그렇지만 다시 또 그런 노래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피터 델 베코 프로듀서는 "'겨울왕국1'의 큰 사랑에 2편 제작에 들어갈 때부터 부담감은 당연히 있었다. '겨울왕국2' 역시 1편만큼 많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분명 있었지만, 제작진끼리 부담감은 배제하고 만들기로 의기투합했다. 흥행성보다는 캐릭터의 여정에 집중하고 스토리가 진화할 수 있게끔 작업하려 굉장히 신경 썼다"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2편은 OST가 '렛잇고'만큼의 강력한 중독성을 자랑하진 않았지만 가늠할 수 없는 깊이의 여운을 안기며 세계관 확장에 성공, 더욱 값진 결과물을 만들었다. 연상호 감독은 "2편을 보고 나니 '렛잇고'로 대표되는 '겨울왕국' 이미지에 집착했던 것이 부끄럽더라"라며 "'인투디언노운'(Into the Unknown), '쇼 유어셀프'(Show Yourself) 등 영화의 전체적인 맥락, 흐름이 느껴지는 곡들이 다양하게 담겨 좋았다"라고 극찬을 보내기도 했다.

크리스 벅 감독은 "'렛잇고'는 엘사의 출발을 보여줬다면 '인투디언노운'은 내면에서 자기를 부르는 목소리를 따라감으로써 자아를 찾고 최고 정점에 달하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미지의 세계라는 주어진 상황에서 용기를 갖고 성장하는 걸 우리가 목격할 수 있었다. 우린 모두 각기 다른 역경을 극복하고 있지만, 엘사의 삶에 모두가 공감하는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라고 짚었다.

결국 "지금 잠깐의 재미보다 몇 십 년 뒤에 봐도 재밌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라는 디즈니의 신념이, "엘사와 안나는 내 가족"이라는 제작진의 그 마음이 천만 흥행을 이끈 것이다.

한층 거대하고 심오해진 스토리, 제작진의 진정성으로 오롯이 엘사와 안나 각 캐릭터들의 내면에 집중하여 써 내려간 덕에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공동 연출자 제니퍼 리 감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시대를 뛰어넘는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다고 본다"라며 "우린 각 캐릭터를 컨트롤하지 않는다. 캐릭터들의 감정에 집중하고, 거기에서 영감을 얻어 정말 사람처럼 만드는 것이다. 우린 캐릭터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뿐이다. 시간이 흘러 관객들이 나이가 든 것처럼, 캐릭터들도 같이 성숙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저희는 어릴 때부터 '덤보' '밤비' '피노키오' 등 무거운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라지 않았나.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다. 아이들은 동화를 통해 자신이 모르는 걸 배우고 있다. 그래서 '겨울왕국2'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크리스 벅 감독은 "'겨울왕국2'는 성장한 엘사가 현재 세상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지, 그 상상력에서 출발했다"라고 말했다.

피터 델 베코 프로듀서는 "전편에서 엘사와 안나는 해피엔딩을 맞이하지만 우리는 인생이 항상 그럴 수만은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엔 숨겨진 세상으로 나아가는 캐릭터들의 변화와 용기를 다루고 그들의 성장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얘기했다.

제니퍼 리 감독은 "우리에게 중요한 건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성장을 하는 것.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얘기하며 "특히 과거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엘사와 안나 자매가 할아버지의 과오를 뒤집은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차세대가 행동을 해줘야 한다. 엘사는 모든 사람을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하려 노력했고, 다 같이 살 수 있는 결과를 줬다. 역경을 인식하고 인정하고 성장하고, 책임을 지면서 말이다. 때론 두려운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만 부딪혀보는 거다. 그러다 엘사처럼 훌륭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엘사뿐만 아니라 안나 역시 멋지게 성장한 면모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데 한몫했다.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1편을 보면 안나가 마냥 겁 없이 뛰어드는 캐릭터였는데, 2편에선 사랑하는 연인이 생겼고 가족, 왕국의 평온함도 되찾고 본인이 생각하는 모든 걸 다 갖게 되어 잃을 것이 많아졌다. 좀 더 고뇌하는 모습이 가미됐다. 그러면서도 내면의 힘을 믿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드리려 했다"라고 말했다.

엘사의 용기, 안나의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인투디언노운' '더 넥스트 라이트 씽'(The Next Right Thing)으로 울려 퍼지며 뜨거운 감동을 선사, 'N차 관람'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기존 작품들과 다른 여성 캐릭터의 쓰임새도 현 젊은 세대들을 취향 저격한 요소 중 하나다. 제니퍼 리 감독의 "'겨울왕국'을 통해 두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면 싸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없애고 싶었다"라는 생각이 통한 것.

그는 "엘사를 향한 전 세계적인 사랑을 통해서 저희도 여성 캐릭터의 힘으로 스토리가 진행돼도 가능하다는 확신을 얻었다"라며 "'겨울왕국' 엘사를 통해 디즈니의 여성 캐릭터를 변화시킨 걸 잘 알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진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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