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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의 축제이야기 51] ‘2019 밀양 아리랑 대축제’ 민족의 숨결, 민족의 노래

지역 경제 효자 밀양 아리랑

지난 5월 경상남도 밀양시(박일호 시장)는 몰려오는 관광객들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밀양 영남루 일원에서 5월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열린 <2019 밀양 아리랑 대축제>에 기대 이상의 관람객이 몰렸기 때문이다. 축제가 종료된 후 현장을 방문한 관람객 수는 42만7000명으로 집계됐으며, 20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침에 따라 분야별 전문가들이 평가 분석했으니 믿을만한 결과다. 42만7000여명의 관람객이 축제 기간 동안 남긴 경제적 효과는 밀양 아리랑을 지역 경제 효자라고 부를 만하다. 168억원의 직접 경제효과와 524억원의 경제 파급 효과, 507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으니 축제 담당자는 물론이고 축제 덕을 본 관내 주민들의 에너지가 꽉 충전됐을 듯 하다.

밀양 아리랑 대축제는 지난 2017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 3년 연속 유망축제로 자리매김되었다. 그야말로 지역의 영광이다. 밀양 아리랑 대축제는 올해로 61회째 잔치를 치렀다. 2019 밀양 아리랑 대축제는 '백년의 함성, 아리랑의 감동'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정부 유망축제에 걸맞은 다양한 콘텐츠로 손님맞이를 했는데 대규모 행사 기획자이자 지역축제 총감독인 김종원 시선으로 볼 때 100점 만점에 98점을 줄 만큼 훌륭했다. 잡다한 콘텐츠를 배제하고 '백년의 함성, 아리랑의 감동'이라는 주제에 몰입함으로써 선택과 집중의 묘를 발휘했다는 좋은 평을 얻고 있는데 필자도 이에 전폭적으로 공감한다.

외부 전문가 영입의 효과

경남 밀양시 영남루와 삼문동 야외공연장 특설무대, 해천 항일운동 테마거리 일원에서 4일간 진행된 <2019 밀양아리랑 대축제> 콘텐츠는 슬로건에 걸맞게 3·13 밀양 만세운동과 아리랑에 포커스를 맞췄다. 각계각층의 다양한 관람객이 운집하는 지역 축제에서 하나의 주제로 일관된 콘텐츠로 간다는 건 일종의 모험이다. 노련한 연출력이 담보되지 않으면 축제 전체가 밋밋할 수 있는데 이번 <2019 밀양 아리랑 대축제>는 아리랑의 의미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본다.

앞서 언급했지만 이번 밀양 아리랑 대축제는 3·13 밀양 만세운동 100주년과 밀양아리랑을 포함한 민족의 노래 아리랑에 집중했다. '응답하라 1919', '역사맞이 거리 퍼레이드' 등은 3.13 밀양 만세운동에 초점을 두었다. 그리고 아리랑 주제관 전시, 밀양아리랑 토크콘서트, 아리랑 전수존, 아리랑 체험존 등은 밀양 아리랑 축제가 밀양을 넘어 민족의 축제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올해 <밀양 아리랑 대축제> 지휘봉을 잡은 총감독은 정선아리랑

박물관 진용선 관장이다. 진용선씨는 강원도 진도 아리랑을 문화재의 반열에 올려 놓은 인물이다. 우리 아리랑의 보급과 보존에 혼신을 다하고 있는 그를 이번 밀양 아리랑 대축제 총감독으로 위촉한 것은 밀양으로써는 참 좋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 아리랑

2012년 12월 6일 새벽 우리 민족의 노래 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아리랑 3대 발상지로 알려진 경남 밀양, 강원 정선, 전남 진도는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번 밀양아리랑 대축제 지휘봉을 잡은 정선아리랑연구소 진용선 소장은 "이제 아리랑을 세계인이 공감하는 주제로 만들어야 한다"며 "공연물과 영상물도 만들고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 세계인들이 즐기고 좋아하는 아름다운 한국의 노래 또 그 이상의 것이 돼야 한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밀양아리랑 대축제>를 개최하고 있는 경남 밀양시 주민들 또한 환영의 뜻을 적극 피력했다. 아리랑이 세계문화재로 등재됐던 날, 당시 엄용수 밀양시장은 "우리나라 아리랑의 3대 메카인 밀양이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로 거듭나게 된 것을 전 시민과 함께 기쁘게 생각한다"며 환영했다. 밀양아리랑 대축제를 추진하는 사단법인 밀양문화제집전위원회 박창기 회장도 "한민족의 혼 아리랑을 세계적인 노래로 승화시키는 쾌거"라고 평가했다. 그 해 <밀양 아리랑 대축제>는 2012년을 '아리랑의 해' 원년으로 정하고 민족의 노래 아리랑을 전 세계에 공표하는 의미 있는 축제를 열기도 했다. 2012년 우리 <아리랑>을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를 한 이유는 아리랑이 지닌 소중한 가치 때문이다. 아리랑을 부르면 없던 힘이 생기고, 바닥에 가라앉을 것 같이 무거운 현실이 가볍게 느껴져 얼마든지 헤쳐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위기에 짓눌려 희망을 찾기 어려운 우리 국민과 세계인들을 위로하고 힘을 주는 또 하나의 원천 에너지가 아리랑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진다.

아리랑의 정신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숨결과도 같아서 아리랑이 언제 어떻게 불리기 시작했는지 그 유래에 대해서는 뚜렷한 정설(定說)이 없다. 농삿일을 할 때, 혹은 일을 마치고 놀 때, 마음이 허전하고 아려올 때, 불의에 눈감아주지 못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려 할 때 저절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구전요(口傳謠)이기 때문이다. 사실 아리랑은 어원도 밝혀지지 않았다. 학자에 따라서 해석이 분분한데 밀양 아리랑의 경우 아랑의 전설에서 비롯됐다고 하고, 또 아리랑 종류에 따라 탄생의 의미를 지닌 ‘알’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필자는 강원학교 박민일 교수가 말한 어원이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박민일 교수는 아리랑이 ‘누가 내 마음을 알리요..“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알리요..아리랑'은 그럴 듯하게 합이 맞는다. 내가 이런 마음을 갖고 있으니 네가 좀 알아달라..라는 뜻을 가진 노래가 아리랑이라고 생각하면 그 어떤 가사든지 마음에 와 닿는다.

그렇게 우리 몸속에서 머물던 아리랑이 사회 현상으로 떠오른 기폭제는 1926년 나운규의 무성영화 <아리랑>이었다. 일제강점기 짓눌려 숨조차 제대로 못 쉬던 우리 민족에게 나운규가 만든 영화 <아리랑>은 커다란 충격이었다. 영화 전체의 주제를 항일민족정신으로 삼은 것도 그렇거니와 전통민요 <아리랑>과 연결시켜 승화한 것에 무한한 에너지를 받았다. 아리랑은 겨레의 가슴에 민족혼을 불어넣는 노래가 되어 수면 위로 떠올랐고 아리랑의 위대한 힘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세계를 놀라게 한 기적이 되었다. 그리고 요즘 다양한 장르로 확산되어 새로운 아리랑이 자리를 잡는 것 보면 아리랑의 힘은 영원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밀양 아리랑 축제의 시작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고개를 넘어간다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보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보소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밀양의 영남루 찾아가니

아랑의 정절이 새롭구나

밀양 아리랑 가사다. 밀양의 영남루 찾아가니 아랑의 새롭다는 이 가사가 밀양 아리랑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밀양 아리랑 축제는 ‘아랑’의 부덕(婦德)과 정절, 순결함을 기리는 행사다. 보물 제147호인 밀양영남루는 조선시대 밀양도호부의 객사 부속건물로, 손님을 접대하거나 주변 경치를 보면서 휴식을 취하던 건물로 건축미가 빼어나다. 임진왜란 등으로 여러 차례의 소실과 재건을 거듭했는데, 1957년 영남루 중수를 마치면서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1957년 영남루 증수를 기념하기 위해 제1회 밀양종합문화제를 개최했고,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밀양 아리랑 대축제 역사가 60년을 넘었다. 이렇게 긴 역사를 이어오면서 밀양 아리랑 대축제는 관내 주민의 화합과 단결의 든든한 동아줄이 되고 있다. 긴 역사만큼이나 아리랑 관련한 콘텐츠도 축제 기간 동안 많이 펼쳐지는데 2019 밀양 아리랑 대축제를 놓고 볼 때 살짝 아쉬운 점이 눈에 띈다.

2% 부족한 콘텐츠 보강하면

<2019 밀양 아리랑 대축제>가 성료된 후 전문가들이 모여 6개 분야, 42종의 프로그램를 꼼꼼하게 분석했는데 만족도 조사에서도 7점 만점에 5.6점을 받은 것으로 나왔다. 정부 대표 문화관광축제 평균인 5.29점 보다 높은 것으로 나와 이번 축제를 맡은 담당자들이 크게 고무된 것으로 알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런 좋은 성적을 받은 첫 번째 요인은 내로라하는 <아리랑> 전문가 영입으로 보고 있다. 지역을 초월해 진용선 정선아리랑 연구소장에게 과감하게 축제를 맡긴 덕분에 밀양에 국한되지 않고 아리랑 전반에 걸친 콘텐츠 개발과 조명이 가능했다고 본다. 그런데 생각의 폭을 좀 더 넓혀서 욕심을 조금만 더 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나라 3대 아리랑이라고 하면 대부분 주저 없이 밀양아리랑, 정선아리랑, 진도아리랑을 꼽는다. 밀양, 정선, 진도 이 세 곳 주민들은 다들 자기 고장

아리랑에 관해서 무한 자긍심을 갖고 있고 아리랑 가락을 멋지게 뽑아낸다.

모두가 세계 인류 무형 문화유산을 마음대로 갖고 놀 수 있는 <꾼>들인 셈. 이번 2019 밀양아리랑 대축제에 사절단 명목으로 진도, 정선 주민이 참여했다면 콘텐츠가 더욱 튼실해졌으리라고 본다.

올해 가장 두드러지는 대표 프로그램은 ‘아리랑 주제관’이다. 지난해 단독으로 구성됐던 주제관과 체험존을 통합·확대해 공연, 전시와 더불어 체험 프로그램까지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해 큰 호응을 받았는데 2% 부족한 것이 채워졌더라면 만족도 조사에서 6점 이상은 나왔을 것이다. 정부 대표 문화관광축제 평균인 5.29점 보다 높은 5.6점을 받은 것에 안주하지 않고, 내년에는 더 잘해서 <밀양아리랑 대축제>가 경상남도를 뛰어넘어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그리고 또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 인류 무형문화 유산답게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매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필자 소개

대규모 행사기획 연출

함양 산삼축제 총감독

보성다향대축제 총감독

마포나루새우젓축제 총감독

남해 보물섬마늘축제 총감독

양구배꼽축제 총감독

지리산 산청 곶감 축제 총감독

귀주대첩 1,000주년 2019 관악 강감찬 축제 총감독 .. 外 다수 역임

서울정원박람회

사랑의 행복콘서트 가요제

김제 효(孝) 콘서트

김정연의 효(孝).행복 콘서트 .. 外 다수 연출

축제관련 TV토론. 라디오 출연. 포럼 패널. 강연 활동

KBS. TV 조선. MBN 등 토크쇼 출연

(現)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위원장

(現)파주시 정책 자문위원 (문화경제분야)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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