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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의 축제이야기 50]축제의 본질은 나눔과 베품, 연례행사가 된 전남 강진 남미륵사 김장 축제

배추 4만5천여 포기를 김장하는 이유

가을이 깊어 겨울 초입에 이르면 전라남도 강진군 풍동리는 젓갈 닳이는 냄새가 천지간을 아우른다. 또 고추와 마늘 등 갖은양념을 버무려 만든 김치속은 맛깔스런 감칠맛을 자랑하며 속 노란 배추를 기다리고, 이를 눈치 챈 일꾼들은

서둘러 김장을 하는데 그 분량이 무려 4만5천여 포기.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온 고을이 들썩이게 김장을 하는 곳은 전남 강진 풍동리에 자리 잡은 남미륵사. 이 사찰 주지 석법흥 스님은 해마다 5만여포기 가까운 김장을 해서 어려운 이웃에게 보시를 하고 있다.

남미륵사에서 김장을 하는 날은 풍동군 잔칫날, 처사와 보살님은 물론이고 불교 신도가 아니더라도 몸을 사리지 않고 울력을 한다. 4만 5천 여포기 배추를 절이는 일은 기운이 센 처사님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하고, 손맛이 야무진 보살님들은 김치속을 만든다. 이렇게 만반의 준비가 끝나면 연세가 많으신 노 보살님들이 정성스럽게 김치속을 넣어 버무리고, 강진경찰서 의경들은 양념과 절인 배추를 열심히 나른다. 올해 남미륵사 김장잔치에 힘을 보탠이들은 무려 300여명, 이렇게 많은 사람이 힘을 보태니 4만5천 포기 김장이 수월하게 마무리되고, 맛깔스런 김장 김치는 박스에 담겨져 관내 경로당을 비롯해서 소외계층에게 전달된다.

올해는 특히 강진지역에서 자란 배추와 농산물로 김장을 담궈 지역 농가의 소득향상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하는데 이렇게 세심한 배려를 하는 주지 법흥스님은 혹시나 부족한 건 없는지 살피고 또 살핀다. 이런 극진한 정성으로 이웃과 함께 하는 나눔과 베품이야 말로, 잔치와 축제의 본질이라고 본다.

석법흥 주지 스님의 통 큰 나눔

지역사회에 부처님의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고 있는 남미륵사 석법흥 주지스님나눔을 실천한 지는 벌써 30년 남짓이 넘었다. 30여년 전 나눔을 시작한 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소외된 이웃과 강진군민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결과 지난 2018년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2018 나눔 국민 대상>을 받았다. 바람결이 차가워지기 시작하면 연탄, 내의, 이불 등 겨우살이에 필요한 것들을 알뜰히 준비해서 빠지는 소외계층이 없도록 세심하게 배려를 한다.

법흥 스님은“내 것이 남거나 풍족해서 남을 돕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며 더 가지고 싶은 욕심을 버리고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돌아보는 마음이 나눔을 가능하게 한다”고 나눔의 의미를 피력하며 “이웃을 서로 아끼는 아름다운 세상이 되도록 더 많은 봉사를 펼치겠다”는 다짐을 한다.

장기적으로 강진 학생들을 위해 장학사업을 펴는 게 가장 큰 소원이라는 법흥 주지 스님은 14세 때 출가했다고 한다. 전라남도 나주에 있는 모 사찰에 머물면서 속세의 대중들은 알 수 없는 도를 깨우쳤고 그 후로 전국에 있는 사찰을 떠돈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때는 포항의 어느 시장에서 좌판을 벌이고 점을 보며 침을 놔주기도 했다는데 이 무렵부터 법흥 스님의 법명이 널리 알려진 것 같다. 일본과 미국, 호주, 프랑스 교포들이 스님을 만나러 오기 시작하자 고향인 강진에 터를 잡고 남미륵사 불사(佛事)를 시작했다.

중생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곳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외지에서 시주를 받아 남미륵사 규모를 키워가고 있는 이유는 강진군의 자산을 만들어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끊임없는 베품으로 이웃 간의 온정을 확인시켜주고, 상상을 초월하는 불사로 강진군의 발전에 밑 거름 되기를 자처하는 법흥 주지 스님의 통 큰 나눔의 각박한 이 시대의 큰 거울이 아닐까 싶다.

전남 강진의 랜드마크 남미륵사

세계불교 미륵대종 총본산인 전통사찰 <남미륵사>는 국도2호선 가까이 자리잡고 있다. 강진읍에서 장흥방면으로 탐진강을 거슬러 가다 보면 높이 36m 아시아 최대 황동(黃銅) 아미타불이 멀리서도 눈에 잡힌다.

전라남도 강진군을 방문하면 꼭 들려봐야 할 곳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남미륵사는 강진 풍동리에 있다. 세계 불교 미륵대종 총본산인 남미륵사는 1980년에 석 법흥 스님이 창건한 절이다. 1980년 창건 이후 된 지난 40여년 동안 법흥 주지스님이 중창을 거듭하고 경관을 가다듬었다. 또 일주문에서부터 경내에 이르는 길에는 오백 나한상이 방문객을 맞는다. 이밖에도 대웅전, 시왕전, 33관음전, 만불전, 천불전, 팔각 13층 석탑, 사각 33층 석탑, 18m 해수 관음보살, 5m 부부 코끼리상 등 아름다운 시설물이 풍동 마을 경관과 잘 어우러져 강진군의 명소로 소문이 난 덕분에 연간 2백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전체 면적이 83ha에 달하는 남미륵사는 사계절 내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세계 각국의 연꽃이 자라는 연 방죽이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고, 봄이면 천만그루가 넘는 철쭉이 만개해 황홀하기가 이를데 없다. 또 36미터 높이의 동양 최대 청동아미타불 좌상은 이미 강진군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그런데다가 입장료도 주차료도 받지 않아 일년 사계절 내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큰 가시연꽃 위 법회는 또 하나의 축제

전남 강진군 남미륵사에서는 8월 중순이면 ‘남미륵사 빅토리아 연(蓮) 축제’가 펼쳐진다. 빅토리아 연꽃은 큰 가시연꽃이라고도 부르는데 지금이 2미터가 넘는다. 세계 각국의 연꽃이 자라는 연 방죽이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는데 가장 사랑을 많이 받는 건 빅토리아 연꽃이다. 2미터가 넘는 빅토리아 연잎은 성인 남자가 올라가도 끄덕없다. 바람 부는대로 물결을 타고 움직이는 덕분에 마치 수중부양(水中浮揚)을 하는 것 같다. 전기 에너지 없이도 360도 회전이 가능한 천혜의 무대는 스님의 설법 강단이 되기도 하고, 축제 때에는 대한민국에서 하나 밖에 없는 수중 무대가 된다.

남미가 원산지인 빅토리아연(蓮)이 만개하는 8월 중순이면 ‘남미륵사 빅토리아 연(蓮) 축제’가 펼쳐지는데 지난 2018년에는 특별히 탈랜트 겸 가수인 김성환씨와 국민 안내양 가수 김정연씨가 등장해 연잎 무대를 달궜다. 국민 안내양으로 전국 어르신들의 뽀통령으로 등극한 김정연씨는 “연잎 위에서 노래를 불러보기는 처음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섰던 무대를 압도할 만큼 감동적이었다. 연잎 위에서 노래를 하니 마치 심청이로 환생한 것 같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성환씨와 김정연씨가 노래 배틀을 펼치는 동안 남미륵사 법흥 주지 스님이 목탁 추임새를 넣었는데 이 진기한 풍경을 담기 위해 몰린 사진작가들의 카메라 셔터가 불을 뿜었다.

큰 가시연꽃으로도 불리는 빅토리아 연꽃은 브라질 아마존강 유역이 원산지다. 열대성 수련과 식물인 빅토리아 연은 키우기가 어려워 우리나라에서도 성공률이 불과 20-30%에 그치고 있으며 겨울나기가 쉽지 않은 식물로 알려져 있다.

빅토리아 연꽃은 해가 진 뒤에 꽃을 피워 밤이 되어야 화려한 꽃을 볼 수 있어 밤의 여왕으로 불린다. 첫날에는 하얀색, 이튿날에는 보라색으로 그 모습을 바꾸는 화려한 변화를 보여주는데 연잎 지름이 2미터가 넘는 것을 기념해 화려한 대관식을 가졌다. 대관식에는 사진촬영 대회 뿐 아니라 지역 어린이들을 초대해서 빅토리아 연잎에 오를 수 있는 ‘연화보좌 체험행사’도 가졌는데 그야말로 장관을 이뤘다. 지름 2미터가 넘는 빅토리아 연잎엔 커다란 공기 주머니가 달려 있어 엄청난 부력을 자랑한다. 가시가 많아 다칠 것을 우려해 안전 방석을 장착해 놓은 것 말고는 모든 것이 자연 그대로다. 법흥 스님도 연잎 위에 가부좌를 틀고 바람에 떠다니면서 법문을 펼치는데 2020년 빅토리아 연꽃이 꽃망울을 터뜨릴 때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강진을 찾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년 365일 4계절 축제가 가능한 강진

유홍준 교수가 쓴 <나의 문화답사기>를 보면 강진군을 ‘남도 1번지’로 표현하고 있다. 그만큼 강진군이 남도의 정서를 잘 간직하고 있다는 뜻이다. 남도의 정서를 한마디로 표현하라고 하면 정(情)이 아닐까 싶다. 강진군(이승옥 군수)은 청자축제, 갈대축제, 병영축제, 남도음식문화 축제 등을 개최하면서 전국적인 높은 인지도를 보이고 있다. 남도 1번지답게 많은 관광자원을 품고 있는데 행사기획과 지역축제 기획, 총연출을 많이 맡아 본 김종원 총감독 입장에서 볼 때 정(情)이라는 아이템을 행사와 지역축제로 특화시키면 어떨까 싶다.

남미륵사가 실천하고 있는 <나눔>을 하나의 지역 축제로 승화시킨다면 강진군의 문화자산이 더 단단해질 것이 분명하다. 우리 국민을 정의 민족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주고 받는 정은 서양의 어떤 단어로도 번역이 되지 않는다. 어떤 이는 러브(LOVE)라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하트(HEART)라고 표현을 하지만 정을 말하기에는 어딘가 좀 싱겁고 허전하다. 요즘 총동창회나 대규모 체육대회가 지자체 단위로 많이 개최되는데 총동창회와 대규모 체육대회를 하는 이유는 정 때문이다. 이런 점을 놓치지 말고 지역 축제 지역 행사에서 정이 도드라질 수 있도록 전문 행사기획자에게 맡긴다면 그 행사의 위상 뿐만 아니라 지역의 가치 또한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필자 소개

대규모 행사기획 연출

함양 산삼축제 총감독

보성다향대축제 총감독

마포나루새우젓축제 총감독

남해 보물섬마늘축제 총감독

양구배꼽축제 총감독 ...

지리산 산청 곶감 축제 총감독

귀주대첩 1,000주년 2019 관악 강감찬 축제 총감독 .. 外 다수 역임

서울정원박람회

사랑의 행복콘서트 가요제

김제 효(孝) 콘서트

김정연의 효(孝).행복 콘서트 .. 外 다수 연출

축제관련 TV토론. 라디오 출연. 포럼 패널. 강연 활동

KBS. TV 조선. MBN 등 토크쇼 출연

(現)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위원장

(現)파주시 정책 자문위원 (문화경제분야)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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