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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레드슈즈’, 탐욕에서 빠져나오기[곽명동의 씨네톡]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크레타의 왕자였던 미노스는 왕위 계승을 놓고 형제들과 다퉜다. 그는 신들이 자신에게 왕국을 맡겼다고 주장했다. 그 증거로 자신이 하늘에 빌면, 신은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보내줄 것이라고 큰 소리를 쳤다. 미노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위풍당당한 황소 한 마리를 보내달라고 간청했다. 그 소를 잡아 다시 제물로 바치겠다고 약속했다. 왕위에 오른 그는 아름답고 훌륭한 황소를 탐했다.

그는 종자를 퍼뜨리기 위해 황소를 가축우리에 가두었다. 포세이돈은 약속을 지키지 않은 미노스에 분노했다. 미노스가 전장에 나가 있을 때, 왕비 파시파에가 황소에 참을 수 없는 욕정을 품도록 만들었다. 파시파에와 황소 사이에서 태어난 괴물이 몸은 인간이고 머리는 황소인 반인반수의 미노타우로스다. 미노스는 왕비를 비난할 수 없었다. 황소 덕에 왕이 된 뒤에 탐욕에 눈이 멀어 포세이돈과의 약속을 어겼기 때문이다.

프리기아의 왕이었던 미다스는 한 술 더 떴다. 농부들이 술에 취해 길을 잃고 숲 속에 쓰러져 잠들어 있는 반인반양 실레노스를 잡아왔다. 미노스는 그가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아끼는 스승이라는 사실을 한 눈에 알아봤다. 열흘 밤낮 동안 환대해주고 디오니소스에게 데려다주었다. 디오니소스가 소원을 하나 들어주겠다고 하자, 미다스는 자신이 만지고 몸에 닿는 모든 것이 황금으로 변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다.

디오니소스는 그의 어리석음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소원을 들어줬다. 물, 음식, 과일, 돌, 벼이삭 등 만지는 모든 것이 황금으로 변하자, 미노스는 자신이 마실 수도 먹을 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토록 원했던 황금이 고통의 근원으로 변한 것이다. 그는 욕망을 제어하지 못했다. 한 나라의 왕으로 모든 것을 가졌던 자가 무제한의 욕망을 실현하다가 ‘황금 재앙’에 빠진 것이다.

‘알라딘’도 미노스와 미다스처럼 탐욕에 빠진다. 알라딘은 램프를 손에 쥔 뒤 요정 지니에게 세 가지 소원을 말한다. 그는 세 번째 소원으로 지니에게 자유롭게 풀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미 왕자가 되어 권력과 사랑에 취한 알라딘은 지니를 풀어줄지 말지 고민하다 사악한 자파에게 램프를 빼앗기는 우를 범한다. 절체절명의 순간, 알라딘은 더 강력해지려는 자파의 심리를 이용해 그를 램프에 가두고 위기에서 탈출한다.

‘레드슈즈’의 스노우 화이트(클로이 모레츠 목소리연기) 역시 마법구두의 탐욕에 휩쓸린다. 마법구두를 신고 이전과 전혀 다른 매력적인 레드슈즈로 거듭난 그는 확 바뀐 얼굴과 몸매에 스스로 매료됐다. 처음엔 마법구두를 자유자재로 신고 벗었지만, 탐욕에 물들어갈수록 신발을 벗길 수 없게 된다. 마법구두는 알라딘의 램프처럼 스노우 화이트의 진실과 자유를 박탈하고 탐욕의 수렁으로 밀어 넣는다. 탐욕은 모두를 집어 삼킨다.

미노스는 죽은 뒤에 지하세계의 판관으로 일했다. 인간의 탐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에게 딱 맞는 일이었다. 미다스는 두 팔을 벌리고 디오니소스에게 간절하게 빌어 가까스로 재앙에서 탈출했다. 알라딘은 기지를 발휘해 자파를 램프에 가두고 탐욕에서 빠져 나왔고, 스노우 화이트는 진정한 사랑으로 마법구두의 유혹에서 벗어났다.

진정한 자유와 사랑은 탐욕에서 벗어날 때 찾아온다.

[사진 = 디즈니, 싸이더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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