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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남의 풋볼뷰] F조: 왜 김신욱인가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신태용 감독의 ‘깜짝 전술’은 198cm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원톱에 배치한 4-3-3 포메이션이었다. 경기 전 국제축구연맹(FIFA)에서도 어느 정도 예상했듯이 스웨덴의 허를 찌른 전략은 아니었다. 얀네 안데르손 스웨덴 감독도 “분석관들을 통해 1,300건의 한국 비디오영상을 분석했다. 그래서 한국 선수들을 다 잘 알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릇처럼 ‘높이’를 걱정하던 신태용 감독에게 김신욱 카드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김신욱 선발은 실패했다. 한국이 단 한 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스웨덴까지 포함해 이번 대회에서 유효슈팅이 ‘0개’인 팀은 개최국 러시아에 0-5 대패를 당한 사우디아라비아와 한국이 유일하다. 심지어 파나마도 벨기에를 상대로 2개의 유효슈팅을 기록했다.

(한국 4-3-3 포메이션 : 23조현우 – 2이용, 20장현수, 19김영권, 6박주호(28”김민우) – 16기성용, 17이재성, 13구자철(73”이승우) – 11황희찬, 7손흥민, 9김신욱(66”정우영) / 감독 신태용)

(스웨덴 4-4-2 포메이션 : 1올센 – 2루스티그, 18얀센, 4그란크비스트, 6아우구스킨손 – 17클라에손, 7라르손(81”스벤손), 8에크달(71”힐제마크), 10포르스베리 - 20토이보넨(77”테린), 9베리 / 감독 얀네 안데르손)

신태용 감독이 유력했던 손흥민, 황희찬 투톱을 버리고 김신욱 원톱을 세운 건 스웨덴의 ‘높이’ 때문이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스웨덴 높이가 워낙 좋아서 많은 대비를 했다. 카운터어택보다 높이에 대한 대비를 우선시했다. 실점하지 않으면서 전반전에 높이에 적응하고 나면 후반에 포메이션을 바꿔 역습으로 득점을 만들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는 분명 우리가 4-4-2를 쓸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스웨덴 높이를 준비하면서 평가전에서는 김신욱을 준비하지 않았지만 그 외에는 김신욱을 고려해 훈련했다. 또 평가전 막판 20분 정도는 김신욱을 투입했다. 그래서 큰 문제는 없었다. 높이로 부딪친 뒤 역습을 하려고 했다. 공격할 때 빠르게 침투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전반에 스웨덴의 제공권에 고전했다는 점을 볼 때 김신욱 투입은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선택이다. 하지만 수비 지역에서 김신욱의 수비적인 기여가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역습으로 나가는 속도를 손해 본 측면이 더 크다.

“침투를 빠르게 하지 못했다”는 신태용 감독의 말처럼 한국은 역습 상황에서 손흥민 혹은 황희찬이 고립되는 현상을 겪었다. 전반 34분 손흥민의 질주 장면에서도 반대편에 따라오는 동료들이 모두 늦었다. 결국 크로스는 차단됐고 결정적인 득점 기회가 무산됐다. 독일을 잡은 멕시코가 역습 찬스에서 최소 3명이 가까운 거리 안에서 움직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구조적인 문제가 영향을 끼쳤다. 일반적으로 유럽에서 쓰는 4-3-3 전술은 전방의 스리톱이 자유롭게 스위칭 플레이를 한다. 프랑스에서는 앙투안 그리즈만, 킬리안 음바페, 오스만 뎀벨레가 수시로 자리를 바꾼다. 브라질도 가브리엘 제주스, 네이마르, 윌리안 모두 속도를 활용한 위치 전환으로 상대를 흔든다. 이들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장신을 가운데 두고 빠른 윙어를 좌우로 넓게 세우는 4-3-3은 흔히 보기 어렵다.

이는 역습 상황에서 문제를 야기한다. 손흥민, 황희찬은 이날 수비적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사이드로 넓게 포진했다. 두 선수가 돌파를 시도한 시점이 대부분 측면에 쏠린 이유다. 문제는 역습으로 나갈 때 두 선수 사이의 간격이 너무 벌어졌다는 점이다. 거리가 멀수록 패스가 실패할 확률은 높아진다. 상대가 대처할 충분한 시간을 주기 때문이다.

김신욱은 역습에서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손흥민이 질주할 때도 김신욱이 할 수 있는 건 뒤따라가는 정도다. 황희찬이 김신욱 위치로 오려면 최소 5m 이상을 더 뛰어야 한다. 멕시코는 ‘공격형 윙어’ 카를로스 벨라와 ‘왼쪽 윙어’ 이르빙 로사노가 비교적 가까운 거리를 유지했다. 가운데 있는 벨라가 조금만 이동하면 로사노가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었다. 하지만 김신욱을 사이에 둔 손흥민과 황희찬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실제로 황희찬과 손흥민 사이의 콤비네이션 패스는 단 ‘1번’ 밖에 되지 않았다. 손흥민에서 황희찬에게 향한 건 ‘0개’다.

신태용 감독은 불운한 페널티킥 실점 후 ‘공격수’ 김신욱을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을 투입하면서 4-4-2(혹은 4-2-3-1)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줬다. 손흥민과 황희찬이 가운데로 이동해 거리를 좁혔지만 이번에는 사이드에서 둘을 향한 패스가 부족했다. 이 때문에 손흥민은 직접 미드필더 지역으로 내려와 공을 받았다. 전술 변화 이후 손흥민의 볼 터치 횟수가 급격히 늘어난 이유다. 하지만 대부분 상대 위험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위치였다.

신태용 감독은 김신욱 원톱 전술에 대해 충분한 연습과 평가전 막판 기용으로 사용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습과 실전은 다르다. 또한 김신욱이 투입된 평가전에서도 그다지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대부분 후반 막판에 사용되면서 역습보단 상대가 내려선 상황에서 높이를 활용하는 게 전부였다. 스웨덴전이 김신욱을 가운데 두고 손흥민, 황희찬으로 역습하려는 의도였다면 둘의 간격을 좁히는 방법도 연구해야 했다.

물론 박주호의 부상 교체와 김민우의 페널티킥 불운으로 인해, 김신욱으로 버틴 뒤 이승우, 문선민 등 발 빠른 선수를 투입해 역습을 노리려는 작전이 어그러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60분 가까이 김신욱을 선발로 쓸 생각이었다면 좀 더 치밀한 역습 전술이 필요했다. 손흥민을 두고도 역습에서 단 한 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진 못한 건 분명 실패다.

[사진 = 니즈니노브고로드(러시아)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TacticalPAD]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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