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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빼고 다 있는 강백호 이야기 [창간인터뷰①]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아마추어 야구 선수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는 달랐다. 고척스카이돔 개장 1호 홈런으로 주목 받았고 '강백호'란 이름으로 더 눈길을 끌었다. 그게 서울고 1학년 때인 2015년이다.

마이데일리는 창간 13주년을 맞아 '초특급 신인' 강백호(서울고)를 만났다. 그는 지난 8월 열린 신인 2차 지명에서 kt에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았다. 계약금 4억 5000만원은 1999년 강혁(5억 7000만원)에 이어 역대 야수 계약금 2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kt의 기대치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투타겸업'으로 유명세를 떨친 강백호지만 일단은 타자에 집중할 계획이다.

'미래의 슈퍼스타'를 위해 인터뷰 질문자에도 변화를 줬다. 이날 강백호와 대화를 나눈 윤동현씨는 현재 네이버 '라디오볼'을 진행하고 있으며 아프리카TV에서는 kt 위즈 전경기를 중계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인천고-건국대를 거치며 20여년간 야구를 했던 선수 출신이다. 강백호와 윤동현씨는 14년의 차이를 두고 인천에서 초등학교 야구부 생활을 했다는 먼지 같은 공통점만 있었지만 kt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이날 만났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강백호=슬램덩크'란 등식이 성립돼 있다. 때문에 강백호 본인은 물론이고 부모님 또한 이와 관련된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만화가 아닌 '실사판 강백호'는 야구선수였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만화 주인공과 그를 연관 짓는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지겹도록 들었던' 슬램덩크와 관련된 이야기는 뺐다. 하지만 아마추어 선수임에도 스토리는 충분했기에 1시간 30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막힘없이 인터뷰가 진행됐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제목엔 또 슬램덩크가 들어갔지만…)

인터뷰를 위해 수원kt위즈파크를 찾은 강백호와 윤동현씨의 일문일답.

윤동현(이하 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올해부터는 신인들이 미리 팀에 합류하는 것이 금지됐다)

강백호(이하 강): 학교에서 수업도 듣고 웨이트장에 가서 웨이트 트레이닝도 하고 있습니다.

윤: 알아보는 팬들도 있나요?

강: 몇 달 전에 운전면허 시험장에 갔는데 강사님이 알아보시더라고요. 아, 그리고 어제 친구들과 사우나에 갔는데 친구가 '옆에 있는 초등학생이 계속 째려본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뭐지'라고 생각했는데 그 초등학생이 오더니 '강백호 선수 아니세요?'라고 묻더라고요. 옷 갈아입고 사진을 같이 찍었습니다.

윤: 선물 받은 적도 있나요?

강: 아직은 거의 없어요. 시즌 막판에 신인 선수들이 함께 경기장에 인사왔을 때 파워에이드랑 영양제를 주신 팬분이 계셨어요.

윤: 슬램덩크 빼고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 있다면?

강: '원피스'를 제일 좋아합니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요. 몇 개를 꼽자면 '원피스', '나루토', '다이아몬드 에이스' 정도요. 야구 만화 중에는 고시엔을 바탕으로 한 '다이아몬드 에이스'를 제일 좋아해요. '메이저'도 야구 선수들이라면 많이 봤을 것 같고요.

윤: 프로에 들어오면 어디에서 지낼 계획인가요?

강: 12월 1일에 가족 전체가 야구장 근처로 이사 올 예정입니다. 고등학교 때는 집이 김포(학교는 서울고)여서 멀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조언을 많이 들어서 부모님께서 집과 경기장을 가까운 곳으로 결정했습니다.

윤: 연고지인 수원에 대해서는 많이 아나요?

강: 그동안은 수원에서는 살았던 적이 없어서 연관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아, 제가 중학교 첫 홈런을 2학년 때 쳤는데 예전 수원구장이었어요. 아버지께서 다른 인터뷰를 하실 때 연관 지으시더라고요(웃음). (음식에 대해서 야구장에 입점해있는 통닭과 만두가 유명하다고 하자) 경기하고 있을 때 문을 열면 저는 못 먹겠네요…. 그리고 아버지께서 10년 정도 치킨집을 하셔서 다른 곳 통닭은 먹으면 안 될 것 같아요.

윤: 김진욱 감독님께서는 강백호 선수를 주전 좌익수로 염두하고 계신 것 같아요.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강: 스프링캠프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가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개막전에 선발 좌익수로 나가게 된다면 어떨 것 같느냐는 물음에) 아직 다가오지 않아서 별다른 느낌은 없어요. 제가 예민한 편이 아니거든요. 다만 고등학교 때는 시즌 초에는 안 좋다가 5~6월부터 터지기 시작하는 스타일이었어요. 김진욱 감독님께서 '신인들이 시범경기 때 오버페이스를 하는 경우가 많다. 천천히 하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윤: 고등학교 때는 거의 전 포지션을 봤어요. 좌익수에 대한 생각은?

강: 괜찮은 것 같아요. 사실 포수랑 투수랑 같이 해서 체력적으로 힘들었거든요. 외야로 가게 되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윤: 김진욱 감독님은 덕장 스타일이시잖아요. 서울고 감독이신 유정민 감독님은 어떤 스타일이셨나요?

강: 되게 유하시고 프리하세요. 미국 가서 야구 세미나에 참가하신 적도 있으세요. 관리도 많이 해주시고요. 작년 청룡기 때도 우승할 수 있었는데 저를 아끼는 바람에 못했거든요. 시즌 초반 있었던 황금사자기에서 우승 후보였는데 1차 탈락을 했어요. 사실 올해는 투수를 안하려고 하고 있었는데 이후 대회를 앞두고 감독님께서 '투수 좀 해줄 수 있겠니'라고 물으시더라고요. 대통령배 우승할 때는 결승 때 제가 120개를 던졌는데 그 때도 먼저 가서 말씀드린거였어요.

윤: 고등학교 때 투수와 타자 모두 잘했잖아요. '투수 강백호'에 대해 소개한다면?

강: 주위에서 보시는 것과 다르게 변화구는 은근 많아요. 커브, 슬라이더, 커터, 체인지업, 투심 등을 던질 줄 압니다. 서클 체인지업은 중학교 때부터 던졌고 커터는 '올해 투수를 잘해보자'해서 연습했는데 스피드도 괜찮게 나오더라고요. 팔은 그동안 적게 던져서 특별히 아팠던 적은 없어요.

윤: 9월 28일 kt 홈경기 시타 당시 김민(시구), 조대현(시포) 선수와 세레머니를 했어요. 어떤 의미였나요?

강: 대표팀에 갔던 친구들끼리 '이길 각이 나온다'는 의미로 하이파이브 대신 했던 거예요. 제가 재미로 시작한거였는데 결국 다른 선수들은 물론이고 코치님, 감독님도 하시더라고요. 그날 시구 때는 김민, 조대현이 자기들끼리 해서 저도 같이 했습니다(웃음)

윤: 원래 왼손잡이였다고 하던데요

강: 일상생활에서 왼손으로 하는 부분도 많아요. 왼손이 더 편하기도 해요. 아버지께서 '너는 왼손(투수)으로 했으면 더 대박이 났을텐데'라고 농담 삼아 말씀하시는데 저는 지금이 좋아요. 야수가 더 재밌는 것 같아요.

윤: 투수보다는 타격이 더 재밌다고 했는데요, 타석에서 어떤 정립을 하고 타격을 하나요?

강: 노리는 공만 치는 스타일이예요. 구종은 안 노리고 대신 코스를 노려요. 괜히 안 치려던 공을 건드리면 좋은 결과가 안 나오더라고요.

윤: kt는 올시즌 종료 후 이지풍 트레이너를 영입했어요. 어떤 점을 기대하나요?

강: 제가 보기보다 근력이 없어요. 팔굽혀펴기도 몇 개 못하거든요. 고등학교 때 감독님, 코치님께서도 근력을 늘리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저에게는 좋은 일 같고 앞으로 웨이트 트레이닝과 관련된 운동도 많이 늘리려고 합니다.

윤: 등번호에 애착을 갖고 있는 선수들도 많잖아요. 강백호 선수는 어떤가요?

강: 그렇게 신경 쓰는 편은 아니예요. 고등학교 때는 53번을 달았어요. 사실 저는 10번을 달려고 했는데 코치님께서 53번을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이유를 여쭤보니까 '홈런 53개를 치라'는 바람에서 그렇게 하셨더라고요.

윤: 강백호 선수를 기대하는 팬들이 많아요. 팬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강: 안녕하세요, 저는 kt 신인 선수 강백호입니다. 많은 분들이 저에 대한 기대가 많으신데 이에 부응할 수 있도록 준비 많이 하고 있으니까 kt위즈파크 오셔서 응원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kt에 입단한 강백호와 윤동현씨. 사진 = 수원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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