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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포커스] 방심하지 마라, 이것은 엘롯라시코다

[마이데일리 = 부산 윤욱재 기자] 1박 2일 끝에 결판이 났던 롯데와 LG의 시즌 7차전. 어느덧 날짜는 6월 27일에서 6월 28일로 바뀌어 있었다.

엄청난 혈투 끝에 롯데가 연장 12회말 안익훈의 끝내기 실책에 힘입어 11-10으로 승리했다. 양팀의 점수에서도 그 치열함을 알 수 있다.

설마 이와 같은 경기를 2경기 연속할 수 있을까. 선수들도 사람인데 오랜 경기 시간으로 지친 기색이 나오지 않을까. 하지만 방심하면 안 된다. 이것은 '엘롯라시코'다.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롯데와 LG의 시즌 8차전. LG가 6회초 박용택의 우중간 싹쓸이 적시 2루타가 터질 때만 해도 6-2로 앞서 나가면서 승부의 추가 완전히 기우는 듯 했다. 아마도 첫 번째로 방심했던 순간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였다. 롯데는 6회말 이대호의 중전 적시타로 흔들리던 류제국을 강판시켰다. LG는 신정락을 구원 투입했으나 신정락은 전날 대역전극의 시초를 제공한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보였다. 결국 강민호에 중전 적시타, 이우민에 우전 적시타를 맞고 흔들렸다. 신본기의 좌전 적시타로 어느덧 6-6 동점이 됐다.

엘롯라시코의 전매특허인 기이한 장면도 또 한번 볼 수 있었다. 7회말 김문호의 좌중간 안타가 터졌을 때 좌익수 이천웅이 패대기 송구를 하면서 손아섭이 득점해 롯데가 7-6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문득 생각이 든 것은 '아직 7회'라는 것이었다. 야구에서 7회는 경기의 후반을 나타내지만 엘롯라시코는 야구의 통념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8회초 양석환의 역전타가 터지면서 LG가 8-7로 뒤집었을 때 그리 놀라움을 표하지 않았고 8회말 신본기의 좌중월 솔로포로 8-8 동점이 됐을 때 더이상 반응을 할 이유가 없음을 느꼈다. 그럼 그렇지. 이렇게 끝날 리가 없지. 이게 엘롯라시코지.

참 신기하게도 뜨거웠던 방망이들이 9회에 가서는 차갑게 식었다. 연장전으로 갔지만 역시 놀라지 않았다. 그 사이 우천으로 경기가 1시간 가량 중단됐던 광주 KIA-삼성전이 끝났다는 소식이 들렸다. 역시 연장 10회에 폭우가 쏟아졌던 청주 한화-kt전도 막을 내리면서 남은 경기는 엘롯라시코 뿐이었다. 감히 누구도 엘롯라시코를 이길 수 없었다.

이제 어떻게 결말을 맺을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10회말 신본기의 타구를 2루수 손주인이 잘 잡고도 송구를 못하는, 예상치 못한 장면이 나오면 신본기는 1루에서 견제사를 당하는 또 한번의 반전을 그리고 있었다.

연장 12회에 가면서 끝을 향해 달리던 엘롯라시코는 마지막까지 서스펜스를 안겼다. 12회초 사직 담장을 넘긴 주인공은 다름 아닌 안익훈이었다. 노경은의 투구를 공략해 프로 데뷔 첫 홈런을 쳤다. 글로 써도 이렇게는 쓰지 못할 것이다. 또 방심한 순간에 터진 홈런이었다.

끝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12회말엔 이대호가 사직 담장을 넘겼다. 전날 끝내기 실책을 했던 안익훈과 병살타 2개로 체면을 구겼던 이대호였다. 2사 만루가 이어졌지만 결과는 9-9 무승부. 방심하지 마라. 이것은 엘롯라시코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제공]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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