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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신' 김혜수, "나를 버리고 미스김으로 살았다"(인터뷰)

[마이데일리 = 이지영 기자] 명불허전(名不虛傳). 이 단어야말로 KBS 2TV '직장의 신' 속 김혜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가 아닐까.

김혜수는 '직장의 신'에서 슈퍼갑 계약직 미스김을 연기했다. 자격증만 124개, 일분일초도 허투루 쓰지 않고 업무에 충실한 미스김은 계약직으로 3개월 간 근무한다. 연장 근무나 회식 등에 참여할 시 추가 수당이 발생하고 계약 연장은 없다.

최근 갑의 횡포와 관련해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미스김의 수식어 '슈퍼갑 계약직'은 얼핏 모순처럼 보인다. 하지만 극중 미스김은 단어 그대로 어느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계약직이다.

드라마 속 모든 인물은 가공된 인물이다. 미스김은 그중에서도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적 캐릭터다. 갑에게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미스김의 돌직구 대사와 행동은 대한민국 '을'에게 통쾌함을 선사했고 이는 '미스김 열풍'으로 이어졌다.

'직장의 신'이 끝나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여운을 남긴 주인공, 김혜수를 만났다.

김헤수는 인터뷰 내내 '미스김 만의 방식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그만큼 그는 3개월 동안 배우 김혜수가 아닌 미스김으로 살았고, 그래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나는 미스김 연기를 하면서 많은 용기와 힘을 얻었고 위로를 받았다. 연기를 하는 동안에는 개인적인 고민을 다 잊어 버리고 미스김만 생각했다. '직장의 신'을 촬영하는 3개월 동안 미스김에 빠져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김혜수의 말처럼, 그는 인터뷰 내내 잔뜩 신이 난 표정이었다. 무표정한 표정으로 탬버린 춤을 추거나 건장한 남자들과 씨름, 유도를 하던 장면을 설명하며 그는 "멍이 들고 다치고 손을 베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는 싱글벙글했다.

"탬버린 춤은 지하 노래방에서 6시간 동안 찍었다. 땀도 정말 많이 났고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나중에는 준비했던 것도 생각이 안 나서 즉석에서 춤을 지어냈다. 씨름이나 유도도 현장에서 합을 짜오면 그대로 배워서 내동댕이 치고 많이 다쳤다. 미스김을 통해 태어나 새롭게 해 본 것들이 많다."

미스김을 연기한 김혜수가 봐도 미스김은 대단한 인물이었다. 촬영 전 작가는 김혜수에게 미스김 설명서를 내밀었다. 그 미스김 설명서에 따르면 미스김은 실제로 소개된 124개의 자격증 외에도 칸이 부족해서 못 쓴 170여 개의 자격증을 더 갖고 있다. 김혜수는 이런 기상천외하고 기발한 자격증들을 설명하면서 작가의 천재성에 대해 혀를 내둘렀다.

"'직장의 신'은 작가의 힘이 굉장히 컸다. 미스김을 이야기할 때 어떤 것을 그려도 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만큼 나는 연기하면서 작가의 능력을 의심 한 적 없다. 배우가 열연을 하고 혼자 고군분투한다고 해서 드라마가 잘 되지 않는다. 반면 우리 드라마는 작가가 정말 재능이 있었고 원작에 기대지 않으면서 정도를 잘 지켰다. 탬버린 춤이나 해녀복, 빨간 내복을 입으면서 단 한 번도 창피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모두 상황에 맞게 움직였다. 캐릭터들의 품격을 일관적으로 지켜줘서 작가에게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김혜수는 '직장의 신' 성공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 한 가지는 연기 할 수 있게 완벽한 환경을 제공한 제작진과 스태프들이었고, 다른 한 가지는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준 동료 배우들이었다.

"감독님은 언성 높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늘 웃고 계셨다. 현장은 늘 웃음이 넘쳐났다.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 환경상 항상 밤을 셀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똑같이 밤을 새도 '직장의 신' 같이 탄탄한 대본과 세심한 연출력이 뒷받침 되니 연기하는 내내 신이 났고 마음껏 연기할 수 있었다. 이들의 사랑이 지금의 미스김을 만들었다."

두 번째 성공 요인으로 꼽은 동료 배우들에 대해 김혜수는 봇물 터진 듯 칭찬을 늘어놨다.

"우리 드라마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분량면에서는 부족했지만 연기면으로 봤을 땐 모두 완벽하게 준비 된 배우들이었다. 찬스가 덜 와서 발휘가 안 됐을 뿐이다. 배우는 뛰어난 연기력도 중요하지만 정도를 지킬 줄 아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분량이 적을수록 그 정도를 넘어설 가능성이 큰데 조권이나 구대리, 민구 중 그 누구도 오바해서 튀거나 거슬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들이 조용히 묻힌 것도 아니다. 충분히 시청자 뇌리 속에 각인됐다. 이 배우들의 숨은 공이 컸다."

못 하는 게 없는 미스김을 벗고 김혜수는 다시 그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자신이 40대 배우라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던 김혜수는 또 다른 캐릭터를 찾고 있다.

"나이에 맞춰서,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사니까라는 고정관념은 처음부터 없었다. 물론 물리적인 컨디션은 확실히 달라졌지만 나이에 맞춰서 내가 거기에 맞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이값이라는 단어 자체가 객관적인 기준이 없고 사람들의 선입견에 의해 만들어진 단어다. 나이를 떠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으려고 한다. 또 어떤 캐릭터와 연기가 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배우 김혜수.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이지영 기자 jyou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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